[박영국의 디스] '17명'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매각 반대'라니

박영국 2021. 1. 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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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도 정부 압박으로 받아들인 소수 복직자들이 대표노조 행세
대표노조 '쌍용차 노조'는 회사 생존 위해 임금삭감 등 희생 감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2019년 12월 30일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복직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매각 협상에 우리의 권리와 생존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쌍용자동차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밝힌 ‘매각 반대’ 입장이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자력 회생은 불가능하고 대주주도 손을 놓은 상태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 뿐인데, 쌍용차가 사라지면 실업자 신세가 될 노조가 그걸 반대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마치 쌍용차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쌍용차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는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라는 기업노조다. 쌍용차 조합원 대다수가 쌍용차 노조에 가입돼 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산하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단 17명에 불과하다.


즉, 민주노총 금속노조나 쌍용차지부가 어떤 소리를 하건 대다수의 쌍용차 조합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며, 실질적으로 노사간 협상 과정에서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쌍용차로 복귀한 마지막 해고 복직자 46명 중 일부다.


쌍용차는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2009년 옥쇄파업 당시 회사를 떠났던 이들 중 복직 희망자 700여명 모두를 받아들였다. 2013년 초 무급휴직자 454명 전원 복직을 시작으로 2015년 노·노·사(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노조, 쌍용차 사측) 3자 합의에 따라 2016년 2월 40명 및 2017년 4월 62명, 2018년 3월 26명 등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복직을 진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2009년 구조조정 사태 이후 2016년 280억원으로 흑자에 턱걸이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쌍용차가 고임금 근로자들을 받아들이는 게 무리한 일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복직된 근로자들은 회사를 떠나 있던 기간 동안의 근속연수를 보장받아 신입사원 대비 연봉이 평균 2800만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숨에 고액연봉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2015년 ‘노·노·사 합의’ 당시에는 복직 규모와 시기를 신차출시에 따른 매출 확대와 인력수요 증가 등 경영상황에 맞추기로 하는 등 비교적 유연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을 요청하는 등 쌍용차를 압박하며 유연성은 사라졌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해 해고자 복직을 종용했다.


결국 2018년 9월 기존 노·노·사 3자에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까지 포함된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나머지 117명의 복직 스케줄이 잡혔다. 쌍용차는 그해 6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그런 부분은 전혀 감안되지 않은 채 71명이 복직됐다.


이듬해인 2019년 쌍용차는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그해 9월 사무직 대상 안식년제 시행과 총 22개 복지 항목을 중단 혹은 축소해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내용의 고강도 자구안을 내놨다. 기업노조인 쌍용차 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임금 동결에 이어 자구안도 받아들였다.


유동성 위기가 심해진 그해 말에는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율 변경(150→100%) 등 임금 삭감이 포함된 내용의 추가 자구안까지 내놓았다. 쌍용차 노조는 이 역시 수용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추가 복직 요구는 계속됐다. 유동성 위기로 ‘노·노·사·정 합의’ 당시 복직 스케줄이 불가피하게 늦춰진 가운데 마힌드라의 지원 중단 선언까지 있었지만, 결국 압박에 내몰린 쌍용차는 지난해 5월 마지막 46명의 해고자를 복직시켰다.


마지막 복직자들은 대부분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간 이들이다. 이들의 복직에 따른 임금부담보다 더 우려되는 건 강성 노동운동 세력인 이들이 쌍용차의 노사화합 분위기를 흔들어 놓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복직 전부터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에 문제를 제기하더니 이제는 쌍용차 매각까지 반대하며 그게 마치 쌍용차 근로자들의 공통된 입장인 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확실한 선 긋기를 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해 말 사측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신청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실을 외면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현재의 쌍용차 상황에 대해 대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17명 소수 조합원이 포함된 금속노조 의견이 다수의 기업노조 의지보다 우선돼선 총고용정책의 방향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무리한 복직 압박이 지금의 쌍용차 위기에 크건 작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아가 그 결과로 쌍용차에 복귀한 이들이 쌍용차의 회생마저 방해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회사의 생존을 위해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 등 뼈를 깎는 자구안을 수용하며 묵묵히 일해 온 쌍용차 노조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동일시돼 비난을 받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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