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단 옥중경영 나설듯" 비상체제 돌입한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됨에 따라 삼성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경영 참여가 어려운 만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황이다.
19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조만간 사별, 또는 전자 계열사 중심의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내부적으로 집행유예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선고 당일에는 대부분 충격으로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플랜B’ 마련을 위해 조만간 사장단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한자리에 모이긴 어려운 만큼 긴급 회의가 소집돼도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거나 화상회의 등의 방식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일단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2월부터 1년간 구속됐을 때도 이 부회장이 직접 중요한 현안을 보고받고, 일부 의사결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직후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와 그해 7월 경기도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 때 2021년까지 3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최소 4주간 중지되고, 면회도 변호인을 통하거나 스마트폰 등 전화 접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업무보고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회사 업무 외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정리와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도 옥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 일가는 현재 상속세 신고 납부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과 부동산 등에 대한 외부 감정평가를 진행 중인데 일부 주식 매각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됐지만 이달 21일로 예정된 정기회의와 26일 7개 계열사 CEO와의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는 이번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이 준법위의 한계로 지적했던 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만들어 지난달 28일 준법위에 제출했다. 준법위는 21일 열릴 정기회의에서 이들 개선 방안을 검토, 논의하고 준법위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준법위 기능은 종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중단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준법위 유지를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21일 회의에서는 삼성전자 계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의 준법감시 강화 방안도 논의된다. 준법위 관계자는 “사업지원TF의 준법감시 기능 강화 문제는 21일 이후에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며 “(개선안 확정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이 사업지원TF 전반을 손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지원TF는 삼성이 2017년 초 그룹 해체의 상징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을 없앤 뒤 신설한 조직으로, 미전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이끌면서 ‘미전실’의 부활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업지원TF를 해체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거대 삼성’을 이끌 구심점이 없는데 사업지원TF마저 사라지면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창구가 없고, 계열사 현안 조율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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