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김도균 수원FC 감독 "진정한 수원 더비는 올해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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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과 자웅을 겨뤄볼 만한, 최초의 수원FC. 김도균 감독의 인터뷰는 말미에 나온 "진정한 수원 더비를 기대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단 한 번의 이적시장에 이만큼 많은 선수를 바꾸는 팀은 보기 드물다."화려하긴, 보기에만 그렇지. 몇몇은 정점에 있는 선수가 아니잖나? 사실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건 이영재와 정동호 정도인가? 나머지 선수들은 타이밍이 잘 맞아서 K리그1에서 활약했던 클래스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이만큼 영입했으니 주전이 대부분 바뀌는 건 맞다. 골키퍼 유현, 중앙수비수 조유민 정도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하시던데 사실 모든 기존 선수들이 영입 선수와 경쟁을 해야 한다."'폭풍 영입'은 승격 당시 선수단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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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수원삼성과 자웅을 겨뤄볼 만한, 최초의 수원FC. 김도균 감독의 인터뷰는 말미에 나온 "진정한 수원 더비를 기대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수원FC는 2013년에 프로로 전환했고, K리그1에서 고작 한 시즌을 보낸 팀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선수단 면면만 볼 때 수원삼성 이상이다. 조직력을 처음부터 맞춰가야 한다는 문제는 있지만, 김 감독은 기대에 차 있었다.
지난 16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전지훈련 숙소 앞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자신의 축구철학, 올해 선수단, 심지어 왕년의 미모까지 김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 K리그1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팀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있는 영입 선수만 추려도 최봉진, 민동환, 박지수, 박주호, 윤영선, 정동호, 김상원, 이영재, 정충근, 김준형, 김승준, 김호남, 나성은, 양동현이다. 무려 14명이다. 여기에 영입이 유력한 무릴로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 3명, 추가로 스타급 한국인 선수 한두 명의 영입을 더 추진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이적시장에 이만큼 많은 선수를 바꾸는 팀은 보기 드물다.
"화려하긴, 보기에만 그렇지. 몇몇은 정점에 있는 선수가 아니잖나? 사실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건 이영재와 정동호 정도인가? 나머지 선수들은 타이밍이 잘 맞아서 K리그1에서 활약했던 클래스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이만큼 영입했으니 주전이 대부분 바뀌는 건 맞다. 골키퍼 유현, 중앙수비수 조유민 정도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하시던데 사실 모든 기존 선수들이 영입 선수와 경쟁을 해야 한다."
'폭풍 영입'은 승격 당시 선수단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수원FC의 총연봉은 K리그2 5위 수준이었다. 김 감독은 능력 이상을 발휘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잔류를 위해서는 선수단 전체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김호곤 단장과 공유했다. 특히 마사, 안병준에게 의존했던 지난해와 달리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핵심 선수가 빠졌을 때도 버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야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걸 넘어 K리그1에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으면 좋겠지만 구하기 어려우니 정재용, 김건웅, 김준형, 이영재 등을 조합하면 된다. 작년에 제일 고민했던 포지션이 윙백인데 정동호, 박주호, 김상원이 합류해 걱정을 많이 덜었다. 윙어도 강화되면서 측면은 공수 양면에서 강해졌다. 마사와 안병준의 공백을 많이 우려하시는데 K리그1 수준의 공격자원들이 여럿 들어왔으니 전체적인 경기력의 강화로 극복할 수 있다. 공격의 임팩트와 마무리는 동계훈련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 알고 보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도 방식
작년 수원FC에 "뽈을 예쁘게 차는 선수는 없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자평이다. 이어 "그 선수들이 내 축구를 잘 구현해 승격해 줘서 고맙다"는 말이 따른다. 김도균 축구는 실용적이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뛰어난 공격수의 역량을 극대화한다. 섬세한 선수 없이 공격적인 축구가 가능하다는 걸 입증한 한해였다.
"기현이, 그러니까 설기현 경남 감독과 나는 '극과 극'이다. 정답은 없다. 우리가 플레이오프에서 경남과 비기고 간신히 승격하지 않았나. 내 방식이나 기현이 방식이나 다 성과를 냈고, 일리가 있다. 기현이는 자기 축구 스타일에 맞춰서 영입하고 훈련하는 성향이다. 나는 작년에 부임하면서 선수들에 맞춘 팀을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내 축구 철학은 유지했는데 빠른 공수전환, 공격적인 수비, 횡패스와 백패스 숫자 줄이기 세 가지였다. 철학 안에서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려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그리 화제를 모으지 못했으나 과학적인 분석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반전 동안 비디오분석관이 만들어 둔 영상을 하프타임에 바로 선수들에게 보여주면서 후반전 전술에 변화를 주곤 했다. 나아가 비디오분석관이 직접 분석 내용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전술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여전히 비디오분석관을 '영상 촬영 및 편집 인력' 취급하는 K리그의 몇몇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김 감독은 수원FC 부임 전까지 딱히 유명세를 탄 적 없지만 유소년 감독으로서 우승을 경험했고, P급 라이센스도 2015년에 일찌감치 땄다.
"하프타임은 짧다. 휴식하고 물 마시고 나면 시간이 없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전술 지시를 강하게 주입하려면 영상이 필요했다. 기왕 영상을 쓸 거면 높은 곳에서 보고 오는 분석관이 직접 말하게 하는 게 나았다. 오히려 나도 영상을 보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게 있다. 몇 년 전에 지도자 연수 갔을 때 보니까 영국과 독일 팀들은 이미 하프타임에 영상을 쓰더라. 난 원래 열려 있는 스타일이다. 코치 4명과 분석관 등 모든 스태프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팀이 잘 돌아간다."
분석장비를 운용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2부 시민구단이 쓰기에 수천만 원은 비싸다. 기자는 2018년 수원FC 클럽하우스에 취재하러 갔다가 복도에 비치된 초코우유를 봤다. 훈련 직후에는 혈당지수(GI)가 높은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은데, 비교적 값싸게 구할 수 있는 게 초코우유다. 부자구단은 전용 식품을 구입해서 쓰고, 비교적 돈이 없는 팀은 초코우유를 쓰곤 했다.
"예전에 우리 팀이 그랬나? 지금은 경기 후와 훈련 후에 선수들 근육을 강화하고 피로를 회복하는 음료를 계속 먹인다. 작년에 조원희가 영입되면서 큰 규모의 보충음료 후원을 받아주기도 했다. 넉넉한 사정은 아니지만 그런 팀일수록 최대한 잘 뛰게 하는 게 중요하다. 단장님도 축구인 출신이다보니 세심하게 신경쓰는 게 이득이라는 걸 안다.
분석장비 활용은 구단에서 먼저 제안해줬다. 나도 분석장비 비프로일레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천만 원 드는거라 요구하긴 힘들었다. 우린 원정 갈 때도 하프타임에 쓸 대형 TV를 가져간다. 구단에서 배려해줬다는 걸 느낀다.
연습경기와 훈련 영상은 작년부터 드론으로 찍고 있는데, 사실 작년에는 구단 지원을 받지 않고 김영삼 코치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드론을 썼다. 올해는 구단에 요청해서 하나 새로 구입했다."
작년 수원FC 축구는 안정적인 공의 점유보다 과감한 전진을 선호했는데,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의 유행과 일견 일맥상통했다.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보다 투쟁심 있는 미드필더를 중용하고, 조심스런 플레이보다는 과감한 전진 패스로 서로 잦은 공수전환을 교환하면서 이득을 보는 것이다. 김 감독은 분데스리가 등 특정 팀을 참고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동계훈련 중 미팅을 하면서 작년을 분석했다. 우리 점유율이 밑에서 세 번째던가? 아주 낮았다. 실수는 모든 팀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런데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 등 공격적인 지표는 아주 좋았고 득점도 많았다. 내 요구대로 횡패스나 백패스는 매우 적었고, 전진 패스는 많았다. 자료에서도 나오다시피 작년 이맘때 선수들에게 요구했던 공격적인 축구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해외 축구를 참고한 게 아니고 관중 입장에서 생각하다 나온 축구다. 솔직히 과거 K리그 경기장 관중석에서 '오늘 경기 루즈하다. 이 관중들이 다음 경기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빠르고 전진 패스를 많이 해야 팬들이 찾는다고 생각했다. 수비는 앞에서 하고, 공을 잘랐으면 빨리 전진해야 한다."
▲ 진정한 수원 더비는 올해부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목표는 상향조정해야 하고, 그러면 그 이상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처음 구단에서 요구한 건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김 감독은 1년 전 동계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목표는 2위'라고 선언했고, 이를 달성했다. 이번 시즌도 김 감독의 목표는 잔류가 아니다. 현재 목표는 6강이다. 그리고 이번 동계훈련이 끝났을 때, 1년 전에 그랬듯 더 높은 순위까지 갈 수 있다는 '느낌'이 오길 바라고 있다. 명가 수원삼성 이상의 선수단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김 감독은 부인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진정한 더비가 될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원조 꽃미남의 자부심
김도균 감독은 청소년 대표 시절 대표적인 미남 스타로 이름이 높았다. 사실과 의견이 혼재하는 인터넷 사전 '나무위키'의 김도균 항목을 읽어주며 김 감독에게 팩트체크를 부탁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꽃미남 축구선수로 이름이 높았다. 시드니 올림픽대표팀 시절에는 아예 대표팀의 얼굴마담까지 맡았을 정도라고 한다. 2000년과 2001년 김도균 선수의 인기는 K리그에서 최상위를 달렸다. 특히 2001년 K리그 올스타전 선정 투표 때는 이동국보다 더 많은 득표 수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금은 맛이 갔다. 옛날에는 뭐 조금 인기는 있었다. 국가대표는 올림픽 대표 위주로 조금밖에 못 해서 사실 인지도는 높은 편은 아니다. 선수 생활도 29세에 일찍 마쳤고. 그래서 스타 출신이라는 건 공감이 안 된다. 오히려 일찍부터 지도자를 착실히 준비한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 잘생긴 거 이야기하고 있었나? 그거는 뭐(당연하다는 듯). 그때 잘 생긴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와 안정환 선배 정도. (이)동국이도 끼워준 거지 얼굴만 볼 때 잘 생긴 건 아니잖아? 지금은 물론 내가 맛이 갔지만, 동국이도 지도자 10년쯤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요즘 선수들 중에서 정승원은 아주 아이돌같이 생겼더라. 그리고 또, 글쎄, 생각해 보니까 우리 때 얼굴이 나은 것 같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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