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지로 음악 퍼포먼스 했더니 상 받았어요"

손영옥 2021. 1. 19. 07:1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식점에 연기 빼는 알루미늄 덕트가 트럼펫처럼 구불구불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벽면에는 그 덕트를 무대 장치처럼 설치한 공간에서 관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 영상이 흐른다.

만 4살 딸을 둔 그는 이 작품이 육아 전쟁을 형상화한 것이라 소개했다.

아기의 배변, 수면, 수유 등을 기호화해서 작성했던 그는 그 기호를 가지고 연주 퍼포먼스를 해야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은미술대상 수상 조영주 작가
4살 딸의 육아 전쟁 형상화한 작품
서울∼인천 매일 왕복 4시간 출퇴근


음식점에 연기 빼는 알루미늄 덕트가 트럼펫처럼 구불구불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벽면에는 그 덕트를 무대 장치처럼 설치한 공간에서 관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 영상이 흐른다.

송은문화재단이 만 45세 이하 유망 신진 작가에게 수여하는 제20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조영주(43·사진) 작가의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후보작들과 함께 이 작품을 전시 중인 조 작가를 최근 만났다. 만 4살 딸을 둔 그는 이 작품이 육아 전쟁을 형상화한 것이라 소개했다.

“2017년 출산을 한 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바로 입주했어요. 서울서 인천까지 매일 왕복 4시간 출퇴근했지요. 길에 뿌리는 시간 빼면 작업 시간은 겨우 몇 시간인데도 모유 수유까지 해가며 죽기 살기로 했어요. 작가로도, 엄마로도 실패하지 않고 싶었거든요.”

그런 와중에도 육아 일지를 30개월간 기록했다. 아기의 배변, 수면, 수유 등을 기호화해서 작성했던 그는 그 기호를 가지고 연주 퍼포먼스를 해야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악기로도 기능할 수 있는 설치물을 찾던 중 덕트가 떠올랐다. ‘세 개의 숨’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에서 공기의 통로인 배기관(덕트)은 엄마 한숨과 아이 날숨의 은유다. 그래서 영상에서는 흐르는 음악은 색소폰이나 북이 주는 웅장한 소리가 아니라 저음의 숨소리 같다. 관악기처럼 소리를 꽝 내지 않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에어 사운드’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작품 과정 자체가 육아 일지를 음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에요. 기저귀 한 번 간 것에 상응하는 음은 뭘까, 이런 고민을 한 거지요. 공장 노동과 다른 돌봄 노동을 작업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송은미술대상은 총 251명이 응모했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4명이 대상 후보에 올랐다. “대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보상받은 것 같아, 그때 벌써 울컥 했다”라는 그는 “대상은 덤으로 얻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엄마 예술가’ 성공 스토리의 새 주인공이 된 조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이후 프랑스로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