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5) 소질·개성 못살리는 교육 여건.. 답답하고 마음 아파

양민경 2021. 1. 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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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을 아는 사람은 내게 비교적 자녀 교육에 성공한 편이라고 말한다.

언제 이렇게 대가족의 책임자가 됐는지 모르겠으나, 가장으로서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자녀와 손주들에 대한 교육적 책임이다.

여러모로 자녀 양육에 있어 감사할 일이 많지만, 아쉬운 건 좀 더 교육적인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녀와 손주들이 소질과 개성 측면에서 더 탁월하더라도 주어진 교육 여건 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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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지고 쫓기는 듯 공부하는 한국
모든 자녀가 성공과 행복 누릴 권리 있어
개성 존중하는 기독교 정신으로 해결해야
김형석 교수(왼쪽)는 교육자로서 교육 정책에 관한 관심이 지대했다. 사진은 김 교수가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 조의설 전 연세대 부총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우리 가정을 아는 사람은 내게 비교적 자녀 교육에 성공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여섯 자녀가 모두 국내외에서 석사 과정 이상을 마쳤다.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교수가 됐고, 큰 며느리도 교수며 작은 며느리는 의사다. 큰딸은 저술 활동을 하며 큰사위는 미국에서 심장내과 교수를 한다. 첫째 외손자 역시 워싱턴대에서 심장내과 교수로 일한다. 첫째 외손자 며느리는 하버드대 출신의 변호사다. 둘째 사위는 법관, 셋째와 넷째 사위는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막내인 넷째 딸은 미국에서 사회학 교수를 하고 있다. 넷째 외손녀는 MIT 출신으로 애플에서 근무한다. 넷째 외손자는 심장외과 의사가 됐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연히 집안 자랑을 하는 거 같아 죄송해진다. 물론 내 가족보다 더 훌륭히 성공한 가정은 많다. 언제 이렇게 대가족의 책임자가 됐는지 모르겠으나, 가장으로서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자녀와 손주들에 대한 교육적 책임이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자책감을 느끼는 거 같다.

여러모로 자녀 양육에 있어 감사할 일이 많지만, 아쉬운 건 좀 더 교육적인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손주의 반은 미국에서 자라 교육을 받았으며 반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타고난 소질과 능력은 모두 비슷한 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란 애들이 훨씬 자유롭고 즐거운 교육을 받았다. 이에 비하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애들은 어려서부터 무거운 짐을 지고 쫓기는 듯한 교육을 받는다. 자유로운 선택도 없고, 친구와의 즐거운 사귐도 갖지 못 한다. 한국의 자녀와 손주들이 소질과 개성 측면에서 더 탁월하더라도 주어진 교육 여건 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 손실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걸 눈으로 직접 보는 가정의 책임자이자 교육자로서 마음이 아프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나 같은 한두 사람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자녀가 더 유능하게 자라 행복할 수 있고, 후손들이 보람 있는 행복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이 있지 않겠는가. 이런 걱정을 할 때면 차라리 지금 같은 교육부가 없었더라면 교육이 더 잘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한다. 오래전부터 했던 생각이다. 교육은 교육부보다 교육자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학교장이 교육 행정관보다 학생을 더 사랑하며 위해주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자녀가 성공과 행복을 찾아 누릴 자질과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를 좌절시키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이다.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이는 기독교의 정신이기도 하다. 너무 부담스러운 과제이기는 하나, 기독교 교육은 가정과 학교, 교육계에서 해결해 나갈 책임이 있다.

소망스러운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녀에 대한 이기적 욕심을 교육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부모의 진정한 사랑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인격을 갖출지를 생각하며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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