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에 내몰린 작은교회 보호하는 사역 힘쓸 것"

장창일 2021. 1. 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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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 신임감독에게 듣는다 ] 최종호 중앙연회 감독
최종호 기독교대한감리회 중앙연회 감독이 지난 8일 자신이 시무하는 경기도 광주 광주교회에서 정치 과잉을 지양하고 작은교회 살리기에 힘쓰자고 말하고 있다. 광주=신석현 인턴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신임 감독 연속 인터뷰의 세 번째 순서로 지난 8일 중앙연회 감독 최종호 광주교회 목사를 경기도 광주의 교회에서 만났다. 중앙연회는 경기도 연천군부터 양평과 성남 하남 여주 이천까지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연회 산하에 611개 교회, 1008명의 목회자, 9만1000여명의 교인이 있다. 최 감독이 시무하는 광주교회는 1912년 설립됐다. 2018년 12월 현재 자리에 1300석 규모의 교회를 건축한 뒤 입당예배를 드렸다. 최 감독은 2005년 교회에 부임했다.

-중앙연회 감독 임기가 시작됐다.

“감독이 된 뒤 교회들의 아픔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됐다. 작은 교회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교단에는 늘 정치 바람이 불지만 정치 과잉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그 에너지를 교회를 세우는데 투입해야 한다. 감리회 본부는 자립하지 못한 비전교회가 전체 교회 중 40%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50% 넘는 교회가 비전교회라는 인식이 있다. 감독이 선출직이다보니 2년마다 정치가 작동한다. 그래서 과열되고 정치과잉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을 고민했던 분들이 몇 해 전에 선거 과열을 지양하자는 의견을 모아주셨다. 교회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 교회를 살리는데 쓰자는 것이다. 이런 일환으로 제가 단독후보가 된 부분이 있다. 단독 후보여서 선거 부작용이 없었다. 감사한 일이다. 이런 문화가 전 연회로 확산하길 소망한다.”

-‘은혜 아래 서로 보듬어가는 연회’를 강조하셨다.

“은혜가 소멸하는 이유도 정치 과잉 때문이다. 정치 과잉은 서로 탐욕을 부르게 된다. 교회에는 몹시 해로운 것들이다. 감독도 하나님의 종일뿐이다. 잠시 섬기다 가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주도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인정하면 은혜가 깃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혜 아래 보듬어가는 연회를 지향하는 건 결국 내 다짐이다. 2년 임기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연회를 섬기는 감독이 되려 한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나 또한 하나님의 종으로 조용히 존재하고 싶다.”

-중앙연회 부흥단장을 지내셨다.

“부흥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사람의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토록 부흥회를 많이 하는데 왜 사회는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인간적 욕심으로 부흥을 꿈꾸기 때문이다. 부흥을 위해서는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회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한다. 교회는 모든 행정이나 일들이 상식적이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뒤 말보다 행동, 삶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진정한 의미의 부흥이 움틀거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억울한 교회들이 많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나 또한 모이는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방역 당국이 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기는 오해도 많다. 1300석 예배당에서 20명만 예배를 드리라는 조치는 결국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 배려가 전혀 없다. 다만 모이는 예배를 못 드린다고 우리 신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실 교회가 걸어온 길은 늘 억울했었다. 지금 대면예배, 비대면예배의 논쟁이 한창인데,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이 교회는 하나님의 덕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광야 40년 동안도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셨고 살게 하셨다. 지금은 신앙이 성장할 절호의 기회다. 교회가 가지런하게 다듬어질 때다. 중앙연회 소속 목회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께만 시선을 고정하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 오히려 평신도들의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 교인들도 자발적으로 서로 믿음을 격려하면서 소그룹을 강화하고 있다. 카톡이나 전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신앙 안에서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감사한 일이다.”

-신학대학원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신학대학원은 교회의 모판과도 같다. 하지만 지원자 감소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소명 받은 사람만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명 없는 목회자가 있는 것보다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없으면 평신도들이 그 자리를 메꾼다. 목회자 숫자만 많다고 교회가 성숙하고 성장하는 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학생 부족 현상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소명 의식이 투철한 목회자 후보생만 선발해 잘 훈련하면 된다. 그게 교회의 미래에는 더욱 유익하다.”

-감독회장을 둘러싸고 10여년째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죄송하다. 4년 전임 감독회장 제도의 고민이 있다. 2년 겸임제로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법만으로는 꼬일 대로 꼬인 문제를 풀 수 없다.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감독이나 감독회장이 영성가라는 이미지보다 행정가, 정치가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것이 슬픔의 단초이다. 이런 직분은 활동보다 존재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활동 강화는 지나친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광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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