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채식 인구 잡아라"..식품·유통가 '비건' 시장 공략
식품·유통 업계가 과거 소수 취향으로 여겨졌던 비건(Vegan·완전채식주의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한 한 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신념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가치소비 행태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2018년 약 150만명으로 10년 동안 10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고기·계란·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모두 먹지 않는 비건은 약 50만명으로 예상된다. 건강·환경·윤리·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이 확산하면서 창출되는 새로운 경제 영역을 뜻하는 ‘비거노믹스’(vegan+economics)라는 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관련 소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채식 인구 증가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식품 업계는 최근 대체육 신제품을 내거나 기술 연구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심은 지난 12일 모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달 중 식물성 대체육과 떡갈비, 탕수육 등의 조리 냉동식품, 소스, 치즈 등 18개 제품을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다음 달에는 9개 제품을 더해 총 27개 제품 라인업을 완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푸드는 일찌감치 비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9년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제로미트’를 선보였고,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6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풀무원다논은 이날 우유 대신 코코넛으로 만든 비건 인증 대체 요거트 '식물성 액티비아'를 출시했다. 대체 요거트는 기존 요거트의 주 원료인 우유 대신 코코넛, 콩, 오트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요거트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요거트다. 유제품 섭취가 어려운 소비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 기존 요거트의 특징인 유산균은 대부분 그대로 담고 있다. 풀무원다논은 '식물성 액티비아' 출시에 앞서 국내 비건 인증 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식품 인증을 취득했다.
한국야쿠르트도 최근 '하루식단 그레인'으로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루식단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18g 들어있다. 원재료는 국내산 쌀과 5가지 곡물로 구성했다. 현미와 추정미, 오대쌀, 흑미, 홍국 총 5가지 품종과 귀리, 치아씨드, 햄프씨드, 콩, 아몬드를 더했다.
여기에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최근 충북 진천군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한 대체육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유통 업계도 비건족 잡기에 분주하다.
특히 대형마트에선 채식을 위한 별도의 공간까지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잠실점 6층 식당가에 비건 식당인 '제로비건'을 열고 채식 해장국, 새송이 강정 등 채식 메뉴를 판매 중이다. 이마트도 전국 23개 점에채식주의존을 도입해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냉동만두·냉동밥, 대체육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비건 식품은 편의점에도 등장했다. 최근 GS25는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비건 떡볶이'를, CU는 콩불고기바질파스타 등으로 구성된 '채식 도시락'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관련시장의 잠재력도 커지면서 식품·유통 업계는 이에 발맞춰 채식 인구를 겨냥한 비건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비건 인증을 위해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다고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 식품 기업들은 빠르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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