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문화계, 무너지고 변하고 지속했지만.."해법은 여전히 미궁"

박정선 2021. 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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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저' '연기' '중단' 속 상영관업계와 배급업계간 균열까지
가요, 오프라인 행사‧공연 전멸..온라인 수익화, 일부에만 혜택
방송, 여행‧해외 촬영 무산으로 포맷 변경..OTT 등으로 콘텐츠 영향력 확대
공연, 타격 덜한 것으로 전망했지만 '두 칸 띄어앉기' 등으로 초토화
한산한 극장ⓒ뉴시스

생소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킨 지 1년. 이 기간 동안 문화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어느 영역은 여전히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어느 영역은 다른 생존 출구를 찾아가고 있다. 이 경계선의 기준은 콘텐츠가 비대면 혹은 비접촉의 가능 여부였다. 지난해 초 똑같이 무너졌지만, ‘변화’와 ‘지속’은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1만 명대까지 무너지 극장가…제작‧배급은 OTT로 활로 모색


코로나19 발발 후 영화계는 모두가 휘청거렸다. 영화 제작 현장은 중단됐고, 상영을 앞둔 영화들은 줄줄이 개봉 일정을 연기했거나 무기한 보류했다.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제작발표회는 물론 홍보 인터뷰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제작이 멈추니 스태프들은 생계를 위해 제작 현장이 아닌 다른 일을 임시로 선택했어야 했고, 영화 개봉이 미뤄지니 마케팅을 담당한 이들도 손을 놓았다. 이는 고스란히 극장 타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사람들까지 멈추니, 극장도 멈췄다. 개봉 영화가 없으니, 과거의 명작까지 끌고 왔지만, 관객 숫자는 ‘최저’를 경신했다. 영화계 전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상황에서 존재감을 보인 OTT는 다 같이 무너지던 영화계 양상을 바꿔놓았다. 제작과 배급은 극장 뿐 아니라 OTT라는 다른 패가 생겼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이후, OTT 개봉을 둘러싼 눈치 보기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공식적으로 ‘개봉’ 인증을 해주던 극장이 흔들렸다. 물론 코로나10가 다소 잠잠해지고 ‘#살아있다’ ‘결백’ ‘침입자’를 비롯해 ‘반도’까지 개봉하면서 극장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K-방역에 힘입어 극장 문을 열자 세계도 주목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배급업계와 상영관업계 사이에 생긴 균열은 눈에 띄게 깊어져 갔다. ‘콜’은 물론 2020년 개봉 예정 대작 중 하나로 꼽히던 ‘승리호’가 결국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코로나19는 영화업계 생존뿐 아니라, 근본적인 관계까지도 흔들고 있다.


'승리호'는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 18일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1만 1787명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 가요계, 콘서트‧행사 사라져…온라인 탈출구는 ‘실험 중’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가요계는 ‘비상’이 걸린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개월동안 주된 수입원인 ‘행사’와 ‘콘서트’가 취소된다. 특히 중소형 기획사들이나 오프라인 페스티벌이 중심인 회사들은 타격이 심하다. 수차례 이 같은 경험을 한 가요계는 “이번에도 버틴다”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앞에서 기존의 ‘경험’들은 소용이 없었다.


2월에 진행되어야 할 행사들이 조금씩 취소되기 시작하더니, 2월 중순에 발생한 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 2020년 상반기 행사는 사라지고, 콘서트는 취소 공지를 올려야 했다. 가요계는 ‘당황’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긴 했지만, 전국적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한국 등 소수의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잡히던 시점부터는 전국적 유행으로 이어졌고, 세계는 이미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나마 한국이 방역 시스템이 잘 잡혔다는 국내외 칭찬이 이어졌지만, 가요계의 모든 일정은 올스톱이 됐다.


1차적으로 해외 공연과 행사를 주 수입원으로 삼던 중소형 기획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갓 데뷔해 1~2년차였던 아이돌 가수들의 해체 소식도 들려왔다. 대형 페스티벌들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또 행사만을 바라보던 공연기획사들과 이들에게 여러 장비를 대여하던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거나 흔들렸다.


기존의 ‘경험’이 소용없으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린 곳은 온라인이었다.


‘2021 뉴이어즈 이브 라이브 프레젠티드 바이 위버스’(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빅히트 엔터테인먼트

SM, JYP, 빅히트 등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다. SM이 ‘비욘드 라이브’로 스타트를 끊은 후에 빅히트가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콘 더 라이브’는 ‘언택트 공연’의 가능성을 확대했다. 온라인 공연을 전 세계 75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연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앨범 판매도 호황을 누렸다. 직접 콘서트를 보지 못하는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기획사와 인지도 높은 일부 가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여전히 많은 가요계 사람들과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온라인 영역은 수익과 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콘서트를 기반으로 온라인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체 가요계가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해 3월 드라마 제작현장을 찾아 방역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뉴시스

◆ 여행 프로그램 등은 사라졌지만, ‘집콕’으로 TV 앞으로 시청자 모여


코로나19 발발 후 방송계가 맞닥뜨린 상황은 포맷의 근본적인 변화였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야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았고, 또 인기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선택의 폭을 급격하게 줄어들게 했다.


국내외 여행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해외 촬영이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폐지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기본적으로 촬영 한번에 100명 단위로 모이는 제작 현장이기에, 그 자체로 지역에 위협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촬영장 분위기는 급속하게 위축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로 일부 전환되기도 했다.


프로그램 방청객이 사라졌다.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등이 방청객 없이 녹화를 했다. 이 상황이 어색했는지, 일부 방송은 소속 아나운서를 방청석에 앉히거나, 온라인으로 방청객과 소통하는 등 변주를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방송사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방송사이고,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스태프가 여러 방송사에 공유되는 상황에서 여타 분야보다 더 몸을 사렸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기 연예인이 확진되거나 담당 스태프가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이 연예인이 맡았던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물론 제작진, 기획사 등이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했다. 또 방송사 일부를 폐쇄하는 일까지도 수시로 일어났다.


실제로 음악방송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그룹이 출연한 다른 방송사 음악프로그램들도 비상이 걸렸고, 같은 공간에 있는 가수, 스태프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일부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또,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는 보조출연자들의 확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시에 10여개의 드라마가 촬영을 중단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방송가는 그나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국민들이 외출을 하지 않고 집 안에 있다 보니 OTT와 더불어 방송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졌다. 또 코로나19 초창기 몸 사리던 드라마‧예능 제작 현장도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 ‘바퀴달린 집’ 등은 오히려 여행 못가는 시대에 대리만족을 시켜줬다는 평을, ‘정글의 법칙’ 등이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예능은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비접촉 상황이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을 부추겼고, 이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톡톡히 덕을 봤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 방역 중인 세종문화회관ⓒ뉴시스

◆ 공연계, ‘두 칸 띄어앉기’로 초토화


뮤지컬‧연극‧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등 국내 공연계는 코로나19 발발 이후에 타격을 입었지만, 여타 다른 문화계 영역보다는 그 강도가 약할 것이라 봤다. 피해를 입더라도 소극장 중심의 대학로 공연계가 가장 클 것이고, 대극장 중심의 공연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 예상됐다.


일단 공연 장르 대부분이 마니아를 중심으로 굳건한 지지층이 형성되어 있고, 고가의 티켓 가격은 일부 관객이 줄어들더라도 선방 가능성이 높았다. 달리 말하면 대학로 소극장 피해가 막대한 것이라 예상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코로나19로 문화계 전체가 초토화되는 가운데도 인지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회차는 매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단단한 마니아층도 떨어져나갔고, 급기야 일부 작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공연계가 움직임을 멈췄다. 공연장에서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우려를 주기 충분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세자 잠잠해지자 수익에 반등을 보이기도 했지만, 제 자리로 쉽게 오진 못했다.


대형 뮤지컬과 공연들조차 이러니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대부분 지하에 위치했고 비좁았기에 관객들의 외면은 더욱 냉정했다. 2020년은 '연극의 해'였지만, 소극장들은 폐업했고, 극단들은 손을 놓았다.


결정타는 사회적 거리두가 2.5단계 격상에 따른 ‘두 칸 띄어앉기’ 방역 지침이다. 그리고 이 지침이 공연계에서는 최대 성수기인 12월에 적용됐다. 대극장은 줄줄이 ‘셧다운’ 됐고, 이곳에서 열릴 공연들은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0년 공연 매출은 173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은 3917억원이었다.


물론 일부 뮤지컬과 연극들은 새해가 되면서 조심스럽게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움직임이다.


19일 한국뮤지컬협회는 거리두기 2.5단계 연장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뮤지컬협회의 목소리가 전달되면, 향후 다른 공연 영역까지 어떤 변화가 진행될 지 관심을 모은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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