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삼성전자, '反화웨이' 공백 수혜.."갤S21 판매량 증가"
5G 통신망 구축 약속..장비 및 스마트폰 판매 호조
미국식 다자주의 지향, 한국 선택 기로에 놓일 듯
오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규제를 더욱 체계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로써는 지난해 11.3 대선 이후 지속돼 온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산업별로 기회와 위협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IT부문은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기대된다.
◆ AI·반도체·5G 힘싫는 美...삼성전자 ‘기회’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으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인공지능(AI), 양자·고성능 컴퓨팅, 5G·6G, 신소재, 청정에너지, 반도체 등에 3000억 달러(한화 약 335조원)규모의 신규 R&D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나 5G부문에서 글로벌 동맹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도 5G통신망 구축 계획을 내놓는 등 삼성전자에게 호재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G 장비 수주 계약을 따낸 바 있다. 화웨이 공백으로 미국은 물론 타 해외 통신사와의 5G장비 공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둘러싸고 삼성과 애플이 정면승부를 펼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13억6000만대)는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하지만, 화웨이의 생산량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중저가 브랜드 아너 매각으로 1억7000만대에서 4500만대까지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2억6700만대로 지난해 이어 1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애플은 2억2900만대이다.
5G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이 삼성을 앞지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에서 올해 13%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30%에서 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오는 29일 출시를 앞둔 갤럭시S21의 연간 예상 판매량은 약 2800만대이다. 전작 갤럭시S20보다 7~8% 증가한 수준이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빨리 출시한다는 점, 미국 제재로 인한 화웨이의 공백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프리미엄폰 시장의 포화와 교체 주기 연장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 자국 이익 최우선...LGU+ 화웨이 리스크 ‘여전’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복합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미국은 퀄컴,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 분야는 최강이지만 생산능력은 취약하다고 지적받아왔다. 이같은 이유로 생산은 대만이나 한국 등에 맡기고 있는데, 중국 규제로 한국에도 반도체 사업 협력을 요청할 확률이 크다. 앞서 세계적인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는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올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한화 약 13조980억원) 규모의 공장을 세우기로 한 바 있다.
단, 이같은 미국 정부의 동맹방침은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시행중인 현지 제품 구매 장려, 현지 제조업 생산 유도 정책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게 되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대량 공급해왔다. 미국의 동맹 요청이 본격화되면 난처한 상황에 놓여질 수도 있다. 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시장에서는 화웨이 제재로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통사의 화웨이 리스크는 여전하다. LG유플러스는 5G기지국의 30%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왔다. SK텔레콤과 KT도 3G, 4G 등 글로벌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고객사이다. 이가운데 미국 의회는 최근 국방수권법안에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군사 장비 배치를 재고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민주•공화당이 합의한 사항으로 표결을 통해 의회를 통과하면,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가 자칫 한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정부 및 군 시설 주변 기지국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지 않고, 보안 검사 및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미국의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에도 화웨이 규제 기조는 여전하겠지만, 5G 인프라 투자 등으로 삼성전자 등 일부 국내 기업 수혜가 예상된다”며 “당선인이 정해지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우상향 전망에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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