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블루웨이브發 금리 반전 가능성에 금융권 '촉각'
국내 시장금리도 오름세..은행 수익성·투자 수익률 회복 기대감↑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blue wave)’ 달성으로 올해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는 블루웨이브에 따른 추가 부양책과 경기 개선 기대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채 금리 오름세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올 상반기 은행들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과 투자 수익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을 둘러싼 리스크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채권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4일만 해도 0.93%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장중 1.18%을 넘어서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통상 이 국채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2조 달러에 육박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금리를 밀어 올렸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조9000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고 2차 부양책도 예고했다.
지난 6일에 공개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소수지만 일부 연준 인사들이 이르면 올해 말 테이퍼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이달 15일(현지시간) 연준이 내놓은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를 경계하는 시각이 드러났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강화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미미하거나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12월 중 횡보세를 이어가던 시장금리가 새해의 시작과 함께 급등했다”며 “미국의 민주당의 블루웨이브 현실화와 펀더멘털 개선 기대와 국채 발행 증가 우려가 함께 반영되면서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국내 국고채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일 0.93%에서 13일 0.98%까지 올랐다. 작년 3분기부터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고 11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된 이후부터 시장금리 인상 압력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의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 상승세에 힘입어 은행의 이자이익이 증가하면서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이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하고 KB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34% 늘어난 99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역시 각각 10%,13% 오른 7530억원, 7046억원의 순익을 시현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도 올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새 100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증가액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의 지난해 말 잔액은 721조9000억원으로 68조3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 역시 같은 기간 32조4000억원 늘어난 266조원을 기록했다. 한은 측은 “지난해 주택거래 자금이 늘어난 데다 각종 생활자금 수요와 공모주 청약대금 등 주식매수 자금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국내에서 채권의 수급여건이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금리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하는 방침은 확고해 변동성이 커질 경우 국고채 단순 매입하고 그 이상의 어려방안도 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파르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 주가와 더불어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자산가격 상승이 실물경기, 소득 여건에 비춰볼 때 좀 빠르고 그 과정에서 차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쇼크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에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당분간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맞물리면서 저신용 및 저소득층 등 취약자추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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