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사외이사 의무 교체 안 한다"..이사회 독립성 도마
이사회 독립성 강화 위한 금융당국 조치 사문화
DGB금융그룹과 DGB대구은행이 매년 일정 수 이상의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없애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조항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자 금융당국이 주도해 마련됐던 사항으로, DGB금융은 더 이상 이에 얽매이지 않고 임의로 사외이사를 꾸려 나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의 사외이사진 구성을 둘러싸고 불과 몇 년 전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는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DGB금융이었음을 감안하면 적절치 못한 행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DGB금융과 대구은행 이사회는 각 사의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서 '전체 사외이사 중 5분의 1을 매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연이어 의결했다. 그 대신 해당 구절은 '매년 적정한 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퇴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전 규범대로라면 올해도 두 회사는 반드시 기존 사외이사 중 1명 이상을 새로운 인사로 바꿔야 하는 상태였다. 현재 DGB금융과 대구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는 각각 6명과 5명으로 모두 5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이 변경되면서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지금의 사외이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물론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를 바꾸고 싶지 않더라도 규정 상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특히 이런 변화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 시점 때문이다. 사외이사 변경을 결정해야 할 정기 주주총회를 두 달여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여서다. 이 덕에 DGB금융과 대구은행의 사외이사에 대한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안은 당장 오는 3월 열릴 주총 때부터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번에 DGB금융과 대구은행이 없앤 내규가 사외이사들로 하여금 제 목소리를 내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조항이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을 견제하고자 외부에서 영입된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경영진과 유착하면서 본래의 역할이 훼손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이 같은 제동장치를 제거했다는 건 사외이사의 독립성보다 경영진의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여겨질 수 있다. 다만,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사외이사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런 비판과 함께 금융당국의 방침을 거스르는 움직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측면도 DGB금융에게 부담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에 DGB금융이 없앤 사외이사 신규 선임 비율에 대한 지배구조 내부 규범은 2014년 금융위원회가 만들었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시행된 사안이다. 거수기에 그치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감시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으로 강제력이 없지만, 금융사로서는 여전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DGB금융·대구은행과 함께 해당 내규를 도입했던 BNK금융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금융그룹들은 아직 이를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DGB금융과 대구은행에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분란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얼마 전 사외이사의 겸직 규정 위반 사실을 묵과하다 지배구조 논란에 휩싸인 경험을 갖고 있다. 2019년 3월 DGB금융과 대구은행의 사외이사로 동시에 선임된 김택동 사외이사는 이전부터 레이크투자자문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해 온 사실이 알려지며 겸직 금지 규정 위반이란 비판이 일었다. 이에 당시 DGB금융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끝내 금융위가 사외이사 겸직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김 전 사외이사는 DGB금융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신규 선임 비율과 관련된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지나치게 자주 사외이사를 교체하도록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금융그룹들 가운데 사외이사에 대한 지배구조 이슈로 가장 최근 홍역을 치른 DGB금융이 이에 손을 대는 모습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여론 측면에서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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