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반등에 제품수요 확대까지"..정유사 회복 앞당겨질까
국제유가, 사우디 감산·美 경기 부양에 상승세
국제유가 상승세와 더불어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정유업계가 올해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 영향력이 소멸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실적 반등은 내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배럴당 평균 50달러대로 상승했다. WTI(서부텍사스유)의 지난 2주간 평균 가격은 51.56달러로 지난해 평균 38.43달러 보다 13.13달러(34.2%) 올랐다. 두바이유는 13.27달러(32.3%) 많은 54.41달러, 브렌트유는 11.71달러(27.1%) 상승한 54.92달러다.
지난 5일 OPEC+(석유수출기구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 회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3월 중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 줄이겠다는 발표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동반 작용하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 맞춰 국제유가는 지난해 30~40달러대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딛고 50달러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EIA(에너지관리청)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는 올해 연간 기준 배럴당 52.75달러, WTI는 49.75달러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WTI 평균 가격은 38.43달러였으며 브렌트유는 43.21달러, 두바이유는 41.14달러였다.
국제유가 전망 상향 이유로 EIA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정책으로 올해 OPEC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이 전월 보다 배럴당 3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 보다 타이트한 원유 공급으로 국제유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해 정유사들이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어서다.
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1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를 9591만배럴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한 9589만배럴 보다 2만배럴 소폭 상향한 수치다. OPEC은 지난해 7월 2021년 전망치를 발표한 이래 매달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수요 전망치를 처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OPEC은 석유 수요가 지난해 침체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지만 휘발유 등 운송연료 회복,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같은 석유제품 수요 증가는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월 평균 기준 지난해 3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하면서 7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8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최근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보다 한참 못미치는 배럴당 1.6달러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팔수록 손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정제마진 개선 흐름은 아직 더딘 상황이나,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데다 세계 각국에서도 경기 부양 움직임을 재개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82.0%)이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제마진도 바닥을 다지는 것으로 보아 최악의 수요 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앞으로 몇 주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유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사들은 올해 석유제품 수요 증가, 정제마진 상승, 정제설비 가동률 상향 등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 효과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올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정유사들은 재정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약화된 현금창출력과 높아진 재무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의 회사채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동과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제설비 증설이 전망되고 있다"면서 "백신 처방 이후 수요 개선에도 수급이 개선되기에는 만만치 않은 업황"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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