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얼마나 모았나' 배점 2배로..정부 평가 두려운 지방대

남궁민 2021. 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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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을 닫은 전라북도 남원시 서남대학교의 안내판이 녹슬고 구겨져 있다.남준희 기자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앞두고 지방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3주기 평가에서는 '학생 충원율' 배점을 2배 높였는데, 올해 대입에서 지원자 급감으로 지방대의 미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대학을 상대로 기본역량진단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달 말부터 평가를 시작한다. 교육부는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하위 대학에는 정부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으로서는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평가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이름을 바꿔 이뤄졌다. 올해는 세번째 평가가 이뤄진다.


'학생 충원율' 배점 2배…지방대 "지역 대학 불리"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평가 배점. 2018년 2주기 평가 당시 10점이었던 충원율 배점이 20점으로 높아졌다. [교육부 제공]

애초에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시작한 평가인만큼 기본역량진단도 대학 정원 축소를 유도한다. 점수가 낮은 대학에 재정 지원을 줄여 자연스럽게 대학 몸집을 줄이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는 '정원 대비 학생 충원율'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2배 높였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더 불리해진 것이다.

이번 평가에 반영되는 학생 충원율은 올해 신입생 모집 결과도 포함된다. 하지만 올해 입시에서 학생 수가 크게 줄면서 상당수 지방대에서 미달 우려가 커졌다. 중앙일보가 전국 187개 4년제 대학의 정시모집 결과를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90개교가 경쟁률 3대 1에 못 미쳤다. 이 가운데 78곳이 비수도권 대학이다. 정시모집에선 수험생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입시 전문가들은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곳을 '사실상 미달'로 본다.

교육부가 충원율 배점을 두배로 높인 것에 대해 지방 소재 대학들은 수도권에 유리한 평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지금 지방대 충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건 운영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인구 감소 때문"이라며 "교육부 평가가 수도권 대학은 더 유리하게 하고, 지방대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1 정시모집 경쟁률 그래픽 이미지. 차준홍 기자


교육부 "수도권·비수도권 나눠…지방대 불리하지 않아"

교육부는 충원율 평가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서 하기 때문에 지방대가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대학을 배려하기 위해서 비수도권 대학의 평가 기준은 수도권보다 더 낮게 설정했다"며 "지방대가 불리하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생 수가 아니라 충원율로 평가하기 때문에 입학생 수에 맞춰 정원을 줄이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실상 채울 가능성이 없는 정원을 줄이고 대학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이라는 얘기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는 두차례 평가를 통해 5만4000여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했지만 현 정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감축보다는 대학 자체 계획에 따라 적정 규모를 촉진하겠다”며 대학 자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원 조정을 대학에게만 미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호남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의 서울 선호가 심한 상황에서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 결국 지방대만 줄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권 따로 평가해 정원 줄여야 쏠림 현상 완화"
전문가들은 현재 충원율을 평가에 반영하면 대학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구가 급증할 때 늘렸던 정원을 줄여야 하는 건 맞지만, 대비할 시간은 줘야 한다"면서 "현재 충원율이 아니라 앞으로 3년, 5년 동안 정원을 얼마나 감축할지 계획을 내게 하고, 이걸 평가해야 대학도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권 대학을 별도 평가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 교수는 "미국 명문대인 하버드·예일대도 신입생이 1500명 내외지만, 서울 주요 대학은 많게는 5000여명을 뽑는다"면서 "서울권 대학도 따로 평가해 정원 감축을 유도해야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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