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미 슈퍼부양책 온다..자산시장 불꽃랠리 커지는 우려

백서원 2021. 1.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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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금·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확대..구리값 8년 만에 최고가
인플레이션 부메랑 우려도.."통화정책 기조, 증시 트리거 여부 좌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말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1조9000억 달러(약 2082조4000억 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확정했다.ⓒAP/뉴시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에 최근 전 세계 자산시장이 랠리를 펼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월가 내 인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며 증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대규모 조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조9000억 달러(약 2050조) 규모의 경기부양 예산안을 공개한 가운데 취임식에서 발표될 추가 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0.57%), S&P500(-0.72%), 나스닥(-0.87%)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다. 슈퍼 부양책 계획이 제시됐지만 부양책 기대가 이미 상당 폭 가격에 반영됐고 소매판매 부진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 측은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재정 부양책을 내달쯤 발표할 계획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상당부분 예상하고 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내용보다는 실행 시점과 현재 진행 중인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지속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또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은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원자재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에 주요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원자재 슈퍼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 위험자산 선호 등에 크게 영향을 받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의 품목이 위기 이전 수준의 가격을 웃돌고 있다. 원유는 1월 중순 현재 배럴당 50달러대(브렌트유)까지 올랐고 비철금속도 지난해 5월 이후 반등하는 추세다. 구리 가격은 지난 7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13년 1월 이후 최고가인 톤당 8172달러에 거래됐다. 곡물 가격도 대두를 중심으로 작년 8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고 금은 작년 8월 사상 최고(온스당 2064달러) 기록을 경신한 뒤 소폭 하락했다.


막대한 유동성은 주식·채권·금 등은 물론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으로도 유입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초 7000달러 수준에서 최근 사상 최고인 4만2000달러까지 치솟은 뒤 다시 급등락을 오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양상은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 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22.17% 상승한 35.65로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던 6월 18일(37.30)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세장에서 VKOSPI가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코스피 상승세가 과열됐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월가에선 대규모 유동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닥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블루 웨이브 기대감에 시장참가자들이 가지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달 들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실제 10년 만기 미 국채 명목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간 금리 차이를 뜻한다. 10년물 국채금리도 1%대를 상회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단기금리 상승 여부와 경기 회복의 기대치 미달로 인한 장기금리 하락 여부가 앞으로 증시 조정의 트리거가 될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미국 금리 급등이 대규모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공식적으로 완화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각국의 재정 정책과 백신 보급으로 경기 회복 기대가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안 연구원은 “이 조건들에 변화가 없다면 당장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큰 하방 리스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한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 되며 주가가 빠르게 올라와 상승 부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높이고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 지속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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