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 망자까지 챗봇으로..대화형 인공지능 10년 안에 사람 수준 된다는데
GPT-3는 철학적 대화 나눌 정도
사망한 가족 챗봇 만드는 특허도
SNS 속 영상·사진·대화 이용

죽은 사람을 불러내 일상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공상과학(SF) 영화나 귀신 불러내는 무당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망한 당신을 다시 불러낼 수 있다…챗봇으로’(Microsoft Could Bring You Back From The Dead... As a Chat Bot)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MS는 지난해 말 특정인을 챗봇으로 환생시키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 가족이나 친구 등 특정인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남긴 대화나 사진·동영상·음성 등이 그 바탕이 된다. MS 측은 살아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망자(亡者)도 챗봇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사람의 광범위한 대화나 글을 학습하는 일반적인 챗봇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꿈이 있어야 실현도 된다고 했던가.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2005)를 쓴 미국의 대표적 AI 전문가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돌아가신 사랑하는 아버지를 살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왔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AI가 마련된다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버지가 환생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SF 영화 속 세계에는 이미 커즈와일의 이런 상상이 현실로 등장한 지 오래다. 넷플릭스의 영화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중 ‘돌아올게(Be Right Back·2013)’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편을 평소 그가 남겼던 소셜미디어 속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 휴먼으로 살려낸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트렌센던스’(2014)는 슈퍼컴퓨터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가 목숨을 잃자, 연인이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시켜 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젠 SF영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망자의 디지털 휴먼을 실제처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망자를 디지털로 환생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성능도,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데이터도 부족해 그저 그런 단순 시도에 그쳤다.

돌아보니 미래는 이미 와 있었다. 혐오 발언과 개인정보 이슈 속에 지난 13일 서비스를 중단한 챗봇 이루다는 업력 짧은 국산 스타트업의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미국 오픈AI의 자연어 인공지능 ‘GPT-3’는 일상 대화뿐 아니라 신의 존재와 인류의 운명 등 고차원적 대화도 천연덕스럽게 해내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디지털화된 빅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 첨단 알고리즘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국내에도 대화형 AI 서비스는 이미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피커 속 AI뿐 아니다. 2002년 시작한 원조 토종 챗봇 ‘심심이’는 이미 세계 81개 언어를 쓰고, 4억명의 누적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챗봇 서비스 ‘가상남녀’에선 이용자가 원하는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한 남녀 챗봇의 얼굴과 몸을 선택하게 한 뒤, 이루다처럼 사적이며 은밀한 대화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기업이나 기관에서 고객 응대 차원에서 도입한 ‘목적형 AI’ 또한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다.
![공상과학(SF) 영화 ‘트랜센던스’(2014) 천재 컴퓨터 과학자가 숨진 뒤 인공지능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1/19/joongang/20210119002817802yxli.jpg)
코스닥 상장 AI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지난해 이동통신사 유플러스와 함께 실제 5세 아이를 바탕으로 만든 두 가지 성격의 디지털 휴먼 ‘가람이’를 공개한 바 있다. AI뿐 아니라 사람도 어떤 데이터를 접하느냐에 따라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성 프로젝트였다. 18일 서울 역삼동 솔트룩스 본사에서 만난 가람이는 어떤 말을 해도 잘 알아듣고 거침없이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세계 최정상급 자연어 AI인 GP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의 기술을 융합한 대화형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오는 6월쯤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람이를 바탕으로 한 B2C(기업-고객 간) 상용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AI는 언제,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은 과거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29년께 인간의 뇌와 성능이 다름없는 기계지능이 나타날 것이다. 그 이후 기계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2045년에는 인간 지능을 수십억 배 능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뜬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 추세로 봤을 때 향후 5년 이내에 AI가 인간을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단순한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직접 AI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GPT-3를 개발한 오픈AI 설립을 주도했고,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뉴럴링크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경일 대표는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커즈와일이나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인간과 다름없는 AI가 5~10년 내 나오기엔 넘어서야 할 벽이 많다”면서도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수십 년 내에 그 비슷한 정도의 AI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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