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시그널에 몰리는 이유
과거 박근혜 정권 말기에 많은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을 떠나 텔레그램에 몰려들었다. 정부가 시민들의 카톡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테러방지법상 사찰 대상이 될 수 있는 ‘테러 위험인물’의 정의가 모호해 무차별 민간인 사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발언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 공포가 생겼고, 암호화 처리를 해서 국가가 들여다볼 수 없다는 앱을 찾으면서 외국계 앱인 텔레그램이 낙점을 입은 것이다.
미국도 지금 트럼프 정권 말기에 사람들이 암호화된 메시징 앱을 찾아 이주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침입 사건 이후로 트위터에서 극우 계정들을 대대적으로 단속, 삭제에 들어갔고,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이 “페이스북과 일부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발표를 한 후 “페이스북이 왓츠앱 메시지를 읽는다더라”는 루머가 사용자들에게 확산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 엑소더스의 혜택을 본 것은 시그널(Signal).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던 앱이지만 암호화가 되어 있어서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과정까지 2016년 한국에서 텔레그램이 인기를 얻던 현상을 고스란히 닮았다.
게다가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시그널을 쓰라고 추천한 짧은 트윗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던 사람들, 그리고 빅 테크의 소셜미디어가 차별한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 세력이 시그널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그널 어드밴스라는 비슷한 이름의 전혀 다른 기업의 주가가 50배 치솟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회의 불안과 정확한 소통의 부재가 낳은 현상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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