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상인들 "의무휴업? 인공호흡기마저 떼는 셈"

추인영 2021. 1. 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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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임시국회 처리 방침에 한숨
코로나로 매출 70~80% 줄어 타격
입점업체 60% 이상이 중소브랜드
"쇼핑몰 닫으면 온라인만 더 북적"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의무휴업이요? 그렇게 전통시장을 돕고 싶다면 국회의원 월급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해서 시장에서 직접 쇼핑하시라고 하죠. 인공호흡기 달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데 정부가 아예 떼버리려고 하네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에서 떡볶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6)씨. 그는 다음 달 임시국회가 복합쇼핑물에도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울분부터 쏟아냈다.

김 씨는 롯데월드몰에서도 성공한 자영업자로 꼽힌다. 6년 전 홍대에 문을 연 떡볶이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맛집으로 유명해지며 쇼핑몰 여러 곳에서 입점을 제안받았다. 김씨의 떡볶이집에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할 때도 쇼핑몰 내 다른 매장과는 달리 긴 줄이 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가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이 70~80% 줄었다.

대형복합쇼필몰의 운영 주체는 이마트나 롯데쇼핑같은 대기업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을 채운 수많은 점포는 김씨 같은 자영업자가 입점해 있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백화점과 달리 글로벌이나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중소브랜드가 더 많다. 스타필드와 롯데몰 등에선 입점 업체의 최소 60% 이상이 중소기업 브랜드다. 롯데몰 수지점의 경우 약 70%에 달한다. 직영점 외에도 중앙관리매장 형태로 운영하는 매장도 많다.

18일 경기도 스타필드 고양 매장 모습. 이병준 기자

이런 상황에서 김씨 같은 자영업자는 의무휴업일로 주말을 지정하면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대형쇼핑몰의 의무휴업일은 월 2회 공휴일(이해당사자와 합의 시 변경 가능)이다. 스타필드 하남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경수(42)씨는 “주말 휴점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성수기에는 주말 매출이 80% 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브랜드 본사와 계약을 맺고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다.

이씨 등 자영업자들은 ‘고비용 고매출’을 사업 모델로 삼아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감하는 수수료(임대료)와 매장 면적당 부과되는 관리비(보통 공용부를 포함해 실제 면적의 2~3배 수준)만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로드샵보다 고정비가 훨씬 많이 들지만, 집객 효과가 큰 만큼 매출도 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공식도 무너졌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지난해 11~12월 하루 평균 방문객 수(주말)는 10만에서 7만으로 줄었고, 롯데월드몰 역시 15만4700에서 9만9000으로 급감했다. 쇼핑몰 내부에서도 대기업 브랜드와 중소브랜드의 차이는 크다. 18일 오후 2시쯤 찾은 스타필드 고양 내 스타벅스 매장엔 앉을 틈 없이 손님이 가득 찼지만 중소 브랜드 카페는 대부분 손님이 1~3명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에 뛰어들어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만 중식당을 운영하는 최성식(가명·31)씨는 “쇼핑몰 문 닫는다고 사람들이 시장으로 가겠나. 온라인으로 더 쏠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아지면 의무휴업 시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발목을 세게 잡을 수 있다”며“시행령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인영·이병준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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