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이익공유제 바람직" "경영진 배임소송 당할 수도"
중기·소상공인도 "도움 될 것 찬성"
여권은 이미 기업 리스트도 검토
기업들 "코로나 이익 측정 불가능"
배당할 이익 나누면 주주 이익 침해
사례 든 상생기금, 공기업만 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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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신년회견에 재계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정만으로는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며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이익 규모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이익을 내놓았다가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은 이미 불평등해소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참여시킬 기업의 리스트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익을 본 기업으로 반도체나 가전 대기업과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기업, 카드사 같은 금융사가 거론돼 왔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각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로 인한 것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두 코로나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또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누는 성과공유제와 달리,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득을 보는 특정 기업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 등과 이익을 나누는 개념이다. 따라서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의 일부가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기업에 나뉘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경영자는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이를 다른 곳에 자의적으로 배분했다간 배임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며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사례로 들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제조업 등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 피해 농어촌을 위한 상생기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 기금이 실패 사례라고 지적한다. 2017년 1월 조성을 시작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농업인 자녀 장학 사업과 농수산물 유통 판매 등의 분야에 쓰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법인세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기금은 애초에 매년 1000억원씩 조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출범한 지 만 4년이 됐지만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상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18일까지 조성된 기금은 1164억원. 이중 공기업이 전체 기금의 73%인 853억원을 냈다. 대기업은 197억원을 조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금을 처음에 모을 때만 정부가 관심을 기울였지 이후에는 정부조차 손을 놓은 모습이었다”며 “공공기관 평가를 받는 공기업만 할 수 없이 큰 부담을 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1·2차 하청업자와 이익을 공유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찬성해왔다”며 “이익구조가 대기업에 유리하게 편중돼 하청기업으로 내려가면서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상황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시장에서 도는 돈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강병철·김경미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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