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4년 만에 최악 성장률, 그래도 세계 최고
올해도 맑음..바이든 정책이 변수
미국·독일·일본 등 마이너스 예상
최악인 듯 최악 아닌 최고의 성적표.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 자체만 보면 4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3% 늘었다고 18일 발표했다. 사상 처음 GDP 총액(101조5985억 위안·약 1경 7287조원)이 100조 위안을 돌파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살짝 웃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앞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 2.3%의 성장률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1.6%) 이후 중국이 44년 만에 받은 최악의 경제 성적표다. 하지만 암담했던 지난해 초를 떠올리면 극적인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6.8%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며 2분기에 3.2%로 반등했다. 3분기(4.9%)와 4분기(6.5%)까지 성장률을 높이며 V자 회복을 완성했다.
이런 회복세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4.4%)과 독일(-6%), 일본(-5.3%), 한국(-1.9%) 등 주요국 대부분의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의 선방은 ‘코로나 특수’를 누린 덕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경제봉쇄 등에 나서며 산업 가동 등이 중단됐지만, 중국은 일찌감치 공장 문을 다시 열고 가장 먼저 경제 정상화에 나섰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산업생산은 2.8%, 고정자산투자는 2.9% 증가했다. 올해 전망도 밝다. 지난해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올해는 연 8%대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MF는 지난해 10월 202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2%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내수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충격을 돌파하기 위해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내놨다. 중국 경제의 든든한 한 축인 수출은 물론, 첨단 기술 개발 등으로 내수를 키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3.8%)는 196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기술 제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북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것도 부담이다. 늘어나는 부채도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지난해 718억 위안(약 12조2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SCMP는 “국영기업의 채무 불이행은 전염성이 높고 신용 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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