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처럼 대형투자 올스톱 되나, 삼성 또 시계제로

박형수 2021. 1.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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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뒤숭숭, 별도 입장 안 내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계획 등
신성장동력 확보 차질 가능성
어제 하루 만에 시총 18조 증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건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78일 만이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3개월 만에 그룹의 구심점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는 내내 침묵이 흘렀다. 오후 2시20분쯤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사실 회사 내에선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터라 충격의 파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 부서의 임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비상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고, 이틀 뒤엔 삼성리서치센터에서 “선도기업으로서 몇백 배 책임감을 갖자”고 강조하는 등 연초부터 현장 행보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그런데 뜻밖의 결과를 받아 회사 전체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갈수록 신기술을 선점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은 “삼성의 혁신 속도가 떨어질 게 걱정된다. 삼성이 한때 추락했던 소니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4년 전처럼 향후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가 아닌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삼성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전자·생명·물산 등 3개 계열사에 부문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안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 ‘오너 부재’의 후폭풍은 4년 전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어려운 시점”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경제가 10년 이상 앞당겨졌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반도체 독립’ 의지가 강하다. 이런 때 굵직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오너 구속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이던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성전자에선 대형 투자가 ‘올 스톱’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인 2016년 11월 미국의 전장부품회사인 하만을 인수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 주도로 진행 중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 133조원 투자계획이 삐걱거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대형 인수합병이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대만의 TSMC 등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는 곳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경쟁 기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41% 하락한 8만50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8조원가량 증발했다.



박형수·최현주·권유진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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