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벤트가 아니다

오병상 2021. 1. 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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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회견은 잘 연출된 대통령 홍보프로그램..송곳질문 불가능
대통령만 부각하려는 형식이다보니 질문 답변 모두 뜨뜻미지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는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무척 공을 들인게 보여‘애썼다’ 싶었지만, 정작 본질적인 대목에선 미흡했습니다.

온+오프라인 기자회견이란 형식은 마치 TV프로그램을 보는듯했습니다. NG 없이 2시간 동안 라이브로 진행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2.

그러나 청와대는 방송국이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아쉬웠던 대목은 ‘추가질문’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지목한 기자는 준비된 질문을 합니다. 대통령이 예행연습한 대답을 하면 끝.
(대통령) 다음 질문자 지목..(기자) 다른 주제의 질문..준비된 답변..식으로 반복됐습니다.

통상 기자회견이라면, 기자들이 답변에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점을 포착해 추가질문을 함으로써 대통령의 생각속으로 파고들어야 맞습니다.

3.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입양’관련 답변에서 대통령이 이상한 대답을 해도 아무 일 없는듯 다음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합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궁금한데 어떤 기자도 추가질문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못된 답변이 수정되지 않는 겁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뒤늦게 다른 좋은 취지(사전위탁제도 보완)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하지만 누가 귀기우릴까요.

4.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추가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형식 자체가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대통령’이란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기자회견의 진짜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게 기자의 역할입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란 형식을 빌려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정운영을 보고하는 것입니다.

5.

물론 과거보다 나아진 것도 많습니다.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의 질문내용을 미리 파악, 답변까지 준비해놓고 즉문즉답인 척하는 ‘약속대련’ 방식은 벗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진짜 ‘자유대련’도 아닌 겁니다. 기자들이 추가질문을 못하니까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합니다.

6.

질문도 답변도 그냥 뜨뜻미지근합니다.

대통령은 그냥 하고싶은 말만 하면 됩니다. 불편한 대목은 비켜가도 아무 추가질문이 없으니까요.

추가질문이 없는 것은 ‘대통령이 주인공’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더불어 ‘대통령 행사에 흠이 생기면 안된다’는 과잉의전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자회견은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위한 이벤트 차원에서 벗어나기 못합니다.

7.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 시절 ‘수시 기자회견’을 막아섰던 장본인입니다. 부작용을 우려했었죠.

소통을 하다보면 잡음은 불가피합니다.
문재인은 취임사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입니다.

8.

소통에 자신이 없다면 참모들을 데리고 나오면 됩니다.

대통령이 전지전능할 수 없습니다. 모르면 참모들에게 대신 답변하게 하는 것은 아무 흠이 아닙니다.
우리 청와대는 대통령만 부각하려다 보니 기자회견에 참모를 배제합니다.

9.

대통령은 ‘소통부족’질문에 답하면서 ‘기자회견만 소통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현 정권의 문제점 중 하나는 SNS를 이용해 지지자들과만 소통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시대 세계적 추세입니다만..현재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통령은 전 국민과 소통해야 합니다.

10.

기자회견은 전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자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사실상 기자회견을 5번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KBS와의 인터뷰, 배철수(가수)가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까지 해도 모두 7번입니다.

이런 식이면..문재인의 기자회견은 내년초 1번이면 끝입니다.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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