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커머스 '라방'..해외서도 '동대문 언니'와 수다 떨며 쇼핑

나건웅 2021. 1. 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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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1일 신세계TV쇼핑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닌텐도 스위치’를 판매하는 특집 라방을 1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날의 특별 진행자는 방송인 황광희.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댓글창은 ‘광희 찬양’으로 도배됐다. 황광희는 가로 26m, 세로 3m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직접 닌텐도 게임을 즐기며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했다. 이날 라방에 참여한 시청자는 무려 11만6000명, ‘좋아요’만 28만개에 달했다. 신세계TV쇼핑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출연하고 모바일 전문 호스트가 진행하는 ‘예능형’ 라방이 인기를 얻는다. 이날 ‘라방’으로 8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라이브커머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온라인 방송을 통해 실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쇼핑하는 커머스를 의미한다. 100%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라방’이라고도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라방 안 하는 기업’ 찾기가 힘들 정도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 이커머스, 제조업체, 소상공인 등 다양한 판매자가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2조원대였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내년 최대 30조원대까지 커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비결 1실시간 쌍방향 소통

▶시청자 댓글에 판매자 ‘즉각 반응’

‘라방’이 대세 커머스 채널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쌍방향 소통’의 매력이다. 쇼핑호스트가 정해진 대본에 따라 일방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기존 TV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 판매자는 실시간으로 시청자 댓글을 읽고 즉각 피드백을 해준다. 댓글 하나하나에 반응해주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치 1:1 관리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고단가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메르시제이부티크’는 최근 ‘11가지 컬러 폴라 니트’를 판매하는 라방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들은 시청자 요구를 하나씩 하나씩 들어줬다. 한 시청자가 “조금 더 가까이서 보여주세요” 하면 진행자가 다가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니트 소매를 들이댄다. “보라색도 입어봐주세요” “멀리서 착용샷 찍어주세요” 등 이런저런 주문에도 일일이 반응한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관계자는 “간접 체험을 통해 소비자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당연히 제품 신뢰도는 올라간다. 비대면으로 질문할 수 있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보다 오히려 더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결 2쇼핑을 펀(fun)하게

▶대세로 떠오른 ‘예능형 라방’

콘텐츠가 다변화되면서 순전히 ‘재미’로 라방을 켜놓는다는 사람도 많다.

최근 인기 있는 라방은 재미 요소를 극대화한 ‘예능형 라방’이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진행한 라방 ‘리코의 도전’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언서 ‘리코’가 문 닫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나 홀로 쇼핑을 즐기는 콘셉트다. 이날 방송은 동시간 접속자 수가 22만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리코가 들른 매장과 구매 제품은 라방 중 연달아 품절되기도 했다.

현장감 면에서도 온라인 쇼핑과 비교 불가다. 신세계그룹 ‘쓱라이브’가 지난해 이마트 성수점에서 진행한 ‘매장 전단 라이브 방송’이 좋은 예다. 매주 이마트가 발행하는 전단 대표 상품을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직원이 함께 소개하는 방송. ‘직접 매장에서 쇼핑하는 느낌을 받아 재미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연간 거래액 240억원 규모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은 주사위 게임, 초성 퀴즈, OX 퀴즈 등 다양한 게임 기능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판매자가 방송 도중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힌 시청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식. 전민승 그립 마케팅 실장은 “요즘에는 개인 SNS나 일상 ‘브이로그’처럼 라방을 꾸미는 판매자도 많다. 새해를 맞아 해돋이 방송을 하거나 북 치고 장구 치며 물건을 파는 판매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순 재미를 넘어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라방도 상당수다. 지난 7월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 진행된 ‘반스 애너하임 컬렉션 선공개 라이브’는 신발 전문 유튜버 와디가 출연해 브랜드의 역사, 제품 디테일을 소개했다. 해당 방송은 시청 횟수 38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끌어모았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정식 출범 4개월 만에 조회 수 7000만뷰 돌파, 거래액이 621%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네이버 제공>
비결 3스타 출연 ‘팬심’ 저격

▶팬덤 활용…“우리 오빠, 기 살려라”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라방이 늘어나고 있다. 팬들의 라방 시청, 나아가 구매까지 유도하는 ‘팬심’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네고왕’으로 대세 방송인으로 떠오른 황광희는 라방 단골 손님이다. 지난 12월 BBQ는 광희와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을 라방에 출연시켜 다양한 고객 참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 지난 12월 진행한 ‘라포티셀 뷰티’ 방송은 인기 아이돌 ‘더보이즈’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메인 상품인 ‘수분 착-붙 세트’는 방송 중 5000세트가 조기 완판됐다.

BJ 등 유명 인플루언서도 라방 섭외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최근 아프리카TV BJ ‘염보성’은 프리미엄 어묵 ‘고래사어묵’을 방송 시작 20분 만에 600개 팔아치우며 완판 기록을 세웠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방송으로 인기가 높은 게임 BJ ‘김민교’는 게이밍 기어 전문업체 ‘로지텍’의 인기 무선 상품 5종을 판매하기도 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팬들이 ‘BJ 자존심을 살려줘야 한다’면서 스스로 방송을 홍보하고 구매도 해준다. 마우스, 키보드 등 BJ 콘텐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상품을 파는 기업들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라방, 향후 전망은

▷소상공인 참여↑ 시장 더 커진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살펴보면 향후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서비스 출범 4개월 만인 지난 12월 말 기준 누적 조회 수 7000만뷰, 구매 고객 수는 57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에 입점한 판매자는 8월 대비 257%, 거래액은 621% 늘었다. 지난해 5월 베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쇼핑라이브’ 역시 11월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10월 정식 서비스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거래액이 두 배 늘었다.

라방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라방러’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비단 대기업뿐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판매 채널이 막힌 소상공인들이 라방에 뛰어들면서 시장 저변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점점 간편해지는 ‘라방’ 시스템이 대중화에 한몫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소상공인이 입점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용 앱에서 ‘라이브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기능을 구성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역시 최근 쇼핑몰 관리자 화면에서 방송 일정과 판매 상품 등 간단한 정보 입력만 하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 알람 설정을 해놓은 ‘단골손님’이 20만명에 육박하는 소상공인도 있다. 무료 온라인 강의 등 라방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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