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덕에 늘어난 주택 공급, 현 정부가 까먹었다

안장원 2021. 1.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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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입주물량 늘었지만
과거 정부 때 분양 급증한 덕
세제 등 규제 강화로 세대수 급증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특단'의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특단'의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부문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또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을 늘리겠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공급 확대 발언이다
하지만 적기를 놓친 뒤늦은 공급 확대여서 당분간 주택 부족에 따른 집값·전셋값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사전청약에 들어갈 3기 신도시 외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책이 공공재개발, 저층 주거지·역세권·준공업지 개발 등이다. 이제까지 나온 대책 외에 어떤 추가 대책이 포함될지 관심이다. 이들 물량은 빨라야 2024년 이후 준공한다. 그 사이 3~4년간 공급 공백기 동안 얼마나 준공 물량을 늘릴지가 관건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그에 앞서 당장 부족한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투기(억제)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원인을 부동산 정책 실패보다는 ‘가구수 급증’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또한 가구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세대수 증가는 현 정부 초기부터 나타났다. 1.5%를 밑돌던 연간 세대수 증가율이 2017년 1.6%, 2018년 0.19%로 오르더니 2019년엔 2%, 지난해엔 2.7%로 상승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이혼이 줄었는데 가구수가 증가한 요인의 하나로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세제·대출 규제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규제 단위가 대개 가구여서 가구를 나누면 규제를 덜 받는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세대 쪼개기'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주택 준공 물량이 늘어난 것도 맞는다. 2017~20년 전국에서 연평균 54만7000가구가 입주했다. 이전 4년 연평균(45만 가구)보다 21% 더 많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가 늘린 게 아니라 이전 정부의 성과다. 규제가 완화된 데다 2015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주택사업이 활발해졌고 그 결과 분양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3~16년 연평균 분양물량이 45만 가구로 그 이전 3년간보다 52%나 급증했다.

세대수 증가보다 줄어든 주택공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택 수급 불일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아파트 분양물량이 줄어들었고 분양 감소가 올해부터 준공 감소로 나타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연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평균 30만 가구로 이전 4년 연평균(40만 가구)보다 25%가량 적다. 이에 따라 아파트 준공 예정 물량도 올해 31만9000가구, 내년 34만3000가구로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42만 가구)보다 20%가량 적다.

아파트를 포함해 국토부가 추정한 전체 주택 준공 예정물량이 올해 42만4000가구, 내년 44만8000가구다. 올해와 내년에도 지난해 수준으로 세대수가 증가한다면 주택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2023년 이후 공급도 불안하다. 분양 물량보다 좀 더 길게 주택 공급을 짐작할 수 있는 주택건설인허가 물량도 2015~16년 각 70여만 가구에서 2019년 50만 가구 아래로, 지난해엔 40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을 구하는 세대가 늘어나는데 신규 입주 물량이 줄고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기존 주택 매물도 감소하면 특히 전세난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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