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익공유제 바람직"..재계 "주주 재산권 침해" 난색

강병철 2021. 1.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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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정만으론 (코로나)양극화 못 막아"
재계는 경영진 손해배상 소송 당해 우려
대기업이 시행중인 성과공유제만 타격
농어촌 상생기금은 평가받는 공기업만 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를 감안해 소수의 기자들만 현장에 배석하고 다수의 기자들이 화상 연결 및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2021.1.1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정만으로는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며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이익 규모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이익을 내놓았다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 "자발적 참여"…민주당, 기업 리스트 검토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은 이미 불평등해소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참여시킬 기업의 리스트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익을 본 기업으로 반도체나 가전 대기업과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기업, 카드사 같은 금융사가 거론돼 왔다.

이에대해 경영계는 기업이 코로나19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각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로 인한 것인지 다른 요인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두 코로나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주주 이익 침해 우려
경영계는 또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일부 대기업이 시행하는 성과공유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과공유제는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에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으로 발생한 성과를 나누는 제도다. 반면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득을 보는 대기업과 비대면·플랫폼 기업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누는 개념이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의 일부가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기업에 나뉘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이익공유제는 성과공유제를 통해 잘 돌아가고 있는 원·하청기업간 협력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긴급자금을 지원했다가 법적 분쟁에 시달린 사례도 있다. 태백시가 2001년 1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오투리조트는 2008년 영업 이후에도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때 강원지역 대기업격인 강원랜드의 이사회는 2012년 태백시에 150억원을 기부해 오투리조트 운영자금으로 쓰도록 결정했다. 태백시는 강원랜드 이사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까지 썼다.

그러나 감사원은 강원랜드에 상법에 따라 당시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결정했다. 강원랜드는 결국 당시 경영진을 상대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경영자는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이를 다른 곳에 자의적으로 배분했다간 배임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상생기금은 평가받는 공기업만 내
문 대통령은 이날 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며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패 사례라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한·중 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제조업 등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 피해 농어촌을 위한 상생기금을 조성했다”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전개하고 국가는 강력한 인센티브로 권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FTA 체결로 피해를 보거나 볼 우려가 있는 농어촌을 지원하고자 조성됐던 게 사실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3개 법률을 바탕으로 2017년 1월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금은 농업인 자녀 장학 사업과 농수산물 유통 판매 등의 분야에 쓰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기금 출연금을 지정 기부금으로 인정했고, 법인세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기금은 애초에 매년 1000억원씩 조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출범한 지 만 4년이 됐지만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상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18일까지 조성된 기금은 1164억원에 그쳤다. 이중 공기업이 전체 기금의 73%인 853억원을 냈다. 대기업은 197억원을 조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금을 처음에 모을 때만 정부가 관심을 기울였지 이후에는 정부조차 손을 놓은 모습이었다”며 “공공기관 평가를 받는 공기업만 할 수 없이 큰 부담을 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중기·소상공인, "이익공유제 환영"
대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1ㆍ2차 하청업자와 이익을 공유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오래전부터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찬성해왔다”며 “이익구조가 대기업에 유리하게 편중돼 하청기업으로 내려가면서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코로나19 상황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시장에서 도는 돈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강병철·김경미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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