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S] 문소리X김선영X장윤주, 이승원 감독의 문제적 '세자매'[종합]

박정선 2021. 1.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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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영화 '세자매'가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역의 문소리,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역의 김선영,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 역의 장윤주까지, 같이 자랐지만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의 독특한 캐릭터를 세 배우가 연기한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따뜻한 척 가족 영화의 옷을 입었다. 그러나 등장인물 모두 속부터 썩었다. 마치 익은 게 아니라 썩은 홍시 같다. 속내를 감추고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집사인 문소리 같기도 하다. '대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며 제각각인 세 자매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당위성을 부여받는다. 괜찮은 척 하며 살고 있지만, 전혀 괜찮을 수 없다. '세자매'는 이 문제에 장난스레 접근해 과격하게 마무리한다. 이승원 감독의 반전적인 시선이 담겼다.

'세자매'

"가족 문제가 가장 기초가 되는 이야기다. 가정 폭력이나 외도가 따지고 보면 굉장히 단순한 주제일 수 있다. 근데, 이런 문제들이 영화 등을 통해서 큰 깊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쉽게 소모된 것 같다"며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단순할 것 같지만 누구나 공감하며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 의식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주제 의식은 세 배우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써가며 각 배우에게 맞는 캐릭터로 수정하는 작업을 많이 거치기도 했다고.

이에 대해 그는 "부산영화제에서 첫 인연이 됐던 문소리, 김선영과 영화를 찍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엔 막연하게 생각하는 문소리의 이미지, 김선영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썼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대화를 나누며 시나리오를 그 인물에 조금 더 적합하게 고쳐 나갔다. 마지막에 장윤주가 막내로 캐스팅되면서, 장윤주에게 맞는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수정하는 작업을 많이 거쳤다"고 설명했다.

'세자매'

문소리가 연기하는 미연은 교회와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다니지 않던 교회도 나가며 공부했다. 또한,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주하려 애썼다. 그렇게 미연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교회를 별로 다녀본 적이 없다"는 그는 "교회 문화를 공부하게 위해 교회를 다녔다. 예배도 열심히 보고 찬송가 지휘하는 법도 레슨을 받았다. 그럼에도 저는 여자 형제가 없다. 교회도 다녀본 적이 없어서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내면적으로 저 같은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감추고 싶다고 할까.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캐릭터와 실랑이를 많이 했다. 끝내는 깊이 들어가서 나오기 힘들 정도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배울 것도 많고, 마음으로는 다가가기 어려웠다. 꽤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캐릭터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이 영화를 통해 제작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공동 제작에 나서며 크레딧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여배우는 오늘도'로 연출을 맡기도 한 그는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

제작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문소리는 "처음엔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초반 단계라서 여러 논의를 같이 했다. 이 작품이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고, 잘 만들기 위한 고민을 같이 나눴다. 감독님과 PD님이 같이 프로듀싱을 하자고 제안을 해줬다. 혹시 (내가) 쓰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이창동 감독님에게 영화를 처음 배울 때부터 '배우라고 해서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거다'라고 배웠다. 이 작품에 관해 의논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전했다.

'세자매'

희숙 역 김선영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그다운 연기를 선보인다.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이해할 수밖에 없는 희숙을 김선영답게 표현했다. 영화 말미 끝내 감정이 터져나오는 장면에서는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를 전하기도 한다.

희숙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묻자 김선영은 "작품에 들어갈 때, 이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하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생각을 많이 한다. 희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림을) 잡고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 점이 저에겐 고민의 지점이었다"고 답했다. 또 그는 문소리와의 호흡, 남편이자 연출자인 이승원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문소리와 함께라서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승원 감독과의 작업을 좋아한다. 이승원 감독과 함께라면 계속 하고 싶다"며 웃었다.

'세자매'

막내 미옥 역의 장윤주는 이제는 주목해야할 배우로 성장했다. 대중이 알던 장윤주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작품 속 캐릭터를 진하게 입었다. 어느 한 순간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내 관객의 인정을 받아낸다.

장윤주는 "그간 해왔던, 보여진 부분들, 진한 메이크업이나 모델로서 캣워크를 할 법한 화려함을 벗고 시작하자는 것이 큰 숙제였다. 모델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 연기가 잘 묻어날 수 있도록, 벗어내려고 노력했다"면서 "화장도 안 하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옷을 입었다. 캐릭터를 만나기 전부터 많이 고민했다. 미옥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과감하게 탈색을 하면 어떨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새롭게 변신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세 자매의 막내다. 세 자매의 막내 역할이 들어왔던 것이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그간 연기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꽤 있었다. '베테랑' 이후에도 들어오는 작품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자매'는 재미있게 언니들과 호흡하며 연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고민이 즐거운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전 정보 없이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에게는 큰 충격을 안길 작품이다. 발랄한 제목과 따스한 포스터에 깜빡 속아 이 영화의 반전에 화들짝 놀라기 쉽다. 이는 분명 이승원 감독이 의도한 바일 터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무거운 문제 의식을 갖게 하는 것. '세자매'는 이 의도에 걸맞은 영화다.

'세자매'

출연자이자 제작자인 문소리는 "'극장에 오세요' 하기에도 난처하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라면서 "그렇지만 우리 영화가 위로가 되고, 따뜻한 마음 전해서 이 시기를 잘 지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세자매'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세자매'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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