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줄인다는 거짓말.. 절주는 없다, 금주하라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21. 1.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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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절제 담당' 전전두엽, 알코올에 취약
절주는 유지하기 어렵다. 술 때문에 문제를 겪는 사람이라면 절주가 아닌 금주를 해야 한다./클립아트코리아

담배의 해악을 말 할 때면 금한다는 의미의 ‘禁(금)’을 써서 단호히 끊으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술은 ‘節(절)’이라는 한자를 써서 마시는 양을 알맞게 제한하라고만 한다. 술이 담배보다 덜 해로운 걸까? 절주하면 술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담배는 원칙적 금지, 술은 ‘제한’ 수준

우리 사회가 술과 담배를 대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미디어다. 담배 광고는 담배사업법·국민건강증진법 제정 당시(1989년)부터 줄곧 법적으로 금지돼 왔고, 드라마 등에서는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도록 2002년 무렵 지상파 3사가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술은 여전히 TV에 많이 등장한다. TV·라디오 등 대중매체에서 광고하지 못 하도록 술도 금지 품목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는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해 주류 광고를 제한할 것을 강조한다”며 “주류 광고나 마케팅이 음주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만큼 주류 광고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해 주류 광고에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다. 음주 행위를 미화하거나, 운전·작업 중 음주하는 행위를 묘사하거나, 음주가 체력·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표현하거나, 주류 판매 촉진을 위한 노래를 하는 등의 광고는 할 수 없다. 또,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주류 광고 자체가 방송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 기준을 위반하는 사례는 매년 발생한다. 애초에 광고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알코올, 몸속 모든 장기·세포 공격해

술은 담배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만큼 몸에 해롭다.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독성 물질은 신체 대부분의 장기 세포와 DNA를 공격해 손상시키고, 신경계를 자극해 두통·매스꺼움·속쓰림·안면홍조 등의 숙취를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뇌 전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려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 자체가 심장 근육을 딱딱하게 만들어 심근증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술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구강암·설암·식도암·간암·대장암 등 여러 암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알코올을 매일 50g(소주 5잔·500㏄ 맥주 2잔·막걸리 한 병)씩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2~3배로 높고, 1주일에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시는 사람이 비음주자에 비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60%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럽에서는 성인 36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암 환자 10명 중 1명, 여성 암 환자 30명 중 1명이 술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알코올은 혈액에 그대로 흡수돼 온몸을 흘러다녀서, 술을 많이 마실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는 점점 올라간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정도일 때는 사고력 및 자제력이 떨어지고, 0.10일 때는 언어 기능 저하, 0.20은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0.30은 감각 기능이 저하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고, 0.40이 되면 감각 기능이 완전히 차단된다. 그러다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60 이상으로 올라가면 호흡 및 심장 박동이 제대로 안 이뤄져 사망할 수 있다.

◇절주 유지하기 어려워… 금주해야

단 한 번의 폭음만으로도 건강에 치명적인 만큼, 술도 담배처럼 아예 손대지 않는 방식으로 끊어내야 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조절·절제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은 알코올에 쉽게 무력화된다”며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져 술을 끊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미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의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조절·절제 능력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더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절주만으로는 술의 폐해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 알코올 중독 치료가 쉽지 않은 것도 환자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학적인 치료법으로 절주 대신 금주를 최우선으로 시행한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독일에서 103명의 알코올 중독 환자를 3년간 추적했더니, 43%(44명)가 3년 내내 금주 중이었지만, 3년 내내 절주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스페인에서 850명의 환자를 1987년부터 20년간 추적한 결과도 있다. 20 년째 되는 해에 그 전 1년간의 음주 패턴을 분석해보니 32.6%가 금주 중이었고, 절주 중인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폭음은 10.2%, 사망은 32.1%였다. 절주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코올 의존증 의심되면 금주 시도를

그렇다고 모두가 금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이 의심될 때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스스로는 금주를 실천해보자. 알코올 의존증 자가진단표 중 가장 오랫동안 쓰이고 있는 것은 ‘CAGE 검사’이다. CAGE 검사 문항은 ▲술 마시는 횟수나 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나?(Cut down) ▲주위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음주 습관에 대해 지적받은 적이 있나?(Annoyed) ▲자신의 음주 습관 때문에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나?(Guilty)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나?(Eye-opener) 등이다.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보고, 병원이나 각 지역 알코올 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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