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 2kg의 미생물이 코로나19를 물리친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1. 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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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의 면역력 연구 활발.. 약품 개발도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 극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몸의 미생물을 다 합치면 체중의 1~3%를 차지한다. 약 1.5~2kg 정도로, 거의 장기 하나 정도의 무게다. '미물'이라 치부했던 과거 인식과 달리, 미생물은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면역 기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장기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내 미생물 환경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부른다. 최근엔 마이크로바이옴이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질환을 이겨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치료·후유증 완화, '미생물'이 관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에 침투하기 위한 경로로 'ACE2' 수용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CE2 수용체는 폐에서 폐렴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장(腸)에도 존재한다. 장에 있는 ACE2 수용체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결합했을 때, 장내 유익균이 많다면 바이러스와 맞서 싸워 감염률이나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유익균이 별로 없고, 유해균이 많다면 속수무책이다.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김희남 교수는 최근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발표한 논평에서 "장내 미생물 상태가 나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벽을 쉽게 통과하고,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장'에서만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를 외부의 병원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만큼만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면역조절 기능'이 중요하다. 필요한 만큼만 면역 기능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 면역 반응이 과도하면 '사이토카인 폭풍' 등 과잉 염증반응으로 오히려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이 면역조절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장내 유익균이 발생시키는 대사 물질은 혈액이나 임파선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한다"며 "장을 비롯해 전신의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완치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에서 만성피로, 호흡곤란 등 후유증이 남는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최근 홍콩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효과는 완치된 후에도 한 달가량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호 교수는 "코로나19 완치 후 후유증이 남는 원인 중 하나가 장내 미생물 교란 때문"이라며 "장내 미생물 환경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야 후유증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와 공생하는 '미생물'… 전신 건강 결정한다

미생물은 장에만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예컨대 여성의 질에 있는 미생물은 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질내 유익균이 많을수록 HIV 바이러스(에이즈) 감염률이 낮다는 보고도 있다. 폐에도 미생물이 있다. 이동호 교수는 "폐에는 우리와 공생하는 상재균(항시 존재하는 균)이 살고 있다"며 "미생물은 이처럼 장뿐 아니라 전신에 존재하면서 밖에서 들어오는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고 말했다.

반면 '액취증'이라 불리는 땀에서 냄새가 나는 병은 냄새를 유발하는 유해균이 피부에 서식하면서 발생한다. 구강으로 침입해 충치, 치주염 등을 유발하는 유해균도 전신 혈관을 타고 이동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이 밖에 크론병,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장애(ADHD), 우울증, 치매 등 정신질환도 미생물 불균형과 관계돼 있다는 보고들이 많다. 우리 몸의 건강은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익균 먹이 되는 '섬유질' 섭취가 가장 중요

결국 체내에서 유익균은 늘리고, 유해균은 줄이는 게 관건이다. 장내 미생물은 섬유질을 먹고 자란다. 섬유질 보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섬유질은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질긴 채소류에 많이 들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해치기 쉬운 가공식품이나 고지방식은 피해야 한다. 섬유질 등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섭취와 함께 살아있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함께 보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비피도박테리아, 비피도박테리아 등을 구성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출시돼 있다. 이동호 교수는 "당신 안에서, 당신을 도와주는 '미생물을 위한' 식사를 하시라"며 "미생물이 좋아하는 나물 반찬, 해조류, 잡곡밥, 생선, 해산물을 많이 드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섬유질 섭취는 코로나19 치료의 보조적 방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동호 교수는 "코로나19로부터 빨리 회복되려면 면역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인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우르비노 의과대 사브리나 도나토 세파 교수 또한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세포 및 감염 미생물학'에 발표한 연구에서 "코로나19 보조적 치료와 예방 전략으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의약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해외에선 장내 미생물 유래 치료물질 후보가 다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과민성장증후군, 아토피알레르기, 파킨슨병, 치매 치료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영국에선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기 위한 유익균을 개발 중이다. 이동호 교수는 "면역 항암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익균을 함께 사용하는 등 암 치료 영역에도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나오게 될 '미래 치료제'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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