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실형 선고에 법원 앞 일시 '소란'..'무죄' 주장 시민도

이 부회장,법정구속에 충격받은 듯 '침묵'..진술 기회 생략
삼성측 '망연자실'..재판장서 "판사님 너무하다" 항의 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법원 밖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외침으로 일시 소란을 빚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재판장)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법정에서는 “판사님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라는 항의와 함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실형 선고 직후 법정 구속을 앞두고 “할 말이 없다”며 진술 기회를 생략했다. 그는 실형을 선고받자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정면을 응시한 채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삼성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선고 직후 한 남성은 법원 앞에서 연신 ‘만세’를 외치며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입구에 이재용 삼성전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를 약 20분가량 앞둔 오후 1시 40분께 회색 넥타이와 남색 코트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서면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이 건물에 들어선 직후 법정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몇몇 시민이 욕설을 내뱉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큰 목소리로 연신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법원에는 국내 수십 개 언론사뿐 아니라 로이터, AP통신, 중국중앙방송(CCTV) 등 주요 외신들도 나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 보도를 위해 진을 쳤다. 취재진 수만 100여명 이상이 운집하는 등 재판 결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 시민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만세’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법원 주변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 관련 여러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자 돌발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헬조선변혁 전국추진위원회라는 한 단체 관계자는 법원 정문 앞에 서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대한민국 법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사 입구에서는 경찰과 법원 방호 인력이 민원인의 출입을 지켜보며 집회 단체가 청사 내부에 들어서지 않도록 경비에 나섰다. 청사 내 곳곳에서도 경찰이 순찰하고 출입구 곳곳을 지키며 이상 동향을 파악했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입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방청권을 받으려는 대기자들의 가방 줄이 형성돼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른 오전에는 법원 서관 입구에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재판 방청권을 얻기 위한 27개의 긴 가방 줄이 형성돼 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눈이 내린 탓에 주위 곳곳에 눈이 쌓여 있고 가방에는 순번을 나타내기 위한 번호가 적혀 있었다. 실제 재판에는 본법정 3명, 중계법정 15명으로 총 18명의 입장만 허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실효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관 입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방청권 배부를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