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예술가의 고백 "살아있으니, 별처럼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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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솔직하네, 마음속에 꽁꽁 숨겨 두어야 할 것까지 죄다 까발려 위험해 보일 정도야. 누가 더 솔직한지 만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문학 공모전이 있다면 노벨상도 거뜬할 것 같아.'
작가 '소리'가 지난해 12월 세상에 던진 책 <좋아하는 마음만큼 재능도 주셨어야죠> (잼있다Company)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다닌 생각이다. 좋아하는>
무대에서 내려온 작가 '소리'의 다짐이 나오며 책 <좋아하는 마음만큼 재능도 주셨어야죠> 의 막을 내린다.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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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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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리' (본명 김아영) |
ⓒ 김아영 |
작가 '소리'가 지난해 12월 세상에 던진 책 <좋아하는 마음만큼 재능도 주셨어야죠>(잼있다Company)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다닌 생각이다.
'소리'는 예명이다. 실제 이름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 '그가 그립다'를 만든 작곡가 김아영(49세)이다. 18일 오후 전화를 걸어 예명을 만든 이유를 묻자 그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라며 "제일 잘 하는 게 소리를 잘 듣는 것"이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솔직하게 쓰려면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라고 지나가는 듯 묻자 "맞아요. 제가 너무 밉고, 울화병이 쌓여서 낙서하듯이 저를 조롱하려고 썼는데,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쓰면서, 제 밑바닥도 보게 됐고, 그러면서 치유가 되기도 했고요"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이 책은 스스로 변두리 예술가라고 자칭하는 작곡가이자 뮤지컬 기획자인 그가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예술활동을 하며 겪은 일을 고백하듯이 털어놓은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영 : 넌 말이다. 경쟁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요. 그냥 게으르고 태만한 관심종자(관심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뿐. 1등은 개뿔, 그냥 노력은 안하고 졸라 관심만 받고 싶은 거지.
공 : 나 내성적이라 관심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래서 무대 공포증도.
영 : (말 가로막으며) 그렇지 쉽게 인정하기 어렵겠지. 그럼, 쉽지 않지. 제일 꼴 보기 싫은 종자들이 관종이라고 맨날 입에 달고 다녔는데 그거 인정하기가 쉽겠냐? 왜? 아빠가 김 선생이란 이름으로 넌 아무 노력도 없이 관심을 받았거든. 그런 게 너무 익숙하지, 쉽게 말해 관심에 길들여진거야. 그런데 1등을 못하니 관심도 못 받고, 그러니 심사가 꼬이지." - 책 속에서
이런 식이다. 정말 솔직하지 않은가? 영과 공 모두 작가 자신이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작가 안에 있는 두 자아가 대화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희곡 에세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실제 시나리오처럼 책 들머리에 무대 모습도 묘사돼 있다.
"깜깜한 무대 중앙에 비스듬하게 전신 거울이 있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공'의 공간과 '영'의 공간이 나뉜다." - 책 속에서
"남들한테 없는 거, 제법 그럴듯하게 잘하는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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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좋아하는 마음만큼 재능도 주셨어야죠>(소리) |
ⓒ 잼있다Company |
영은 은밀한 곳에 숨겨진 작가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자아다. 공은, 자기 합리화 등으로 은밀한 부분을 감추고 있는 자아다. 그런 공을 영은 사납게 야단치며 은밀한 부분을 끄집어 내 낱낱이 보여준다. 때로는 "남들한테 없는 거, 제법 그럴듯하게 잘하는 거 있잖아"라며 다독여 주기도 한다.
"영 : 느껴지는 게 있으면 표현해야 하는 게 딴따라의 숙명이야...딴따라가 딴따라 짓을 멈추는 건 처먹으면서 똥은 참겠다는 거랑 똑같아, 그럼 어떻게 돼? 입으로 똥을 싸겠지." - 책 속에서
이렇듯 예술가의 넋두리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우울한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시니컬한 독자 시선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 책 말미에 이 대목이 없었다면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공 : 누가 성공하고 싶대? 그냥 상식선에서라도 (뮤지컬) 배우들 대우해 줄 수 있고, 고생하는 스태프들 임금 정당하게 줄 수 있는 환경에서 공연 한번 해 보겠다는 게 그렇게 욕심인가?"- 책 속에서
공과 영의 대화는 이정도 에서 멈춘다. 무대에서 내려온 작가 '소리'의 다짐이 나오며 책 <좋아하는 마음만큼 재능도 주셨어야죠>의 막을 내린다.
"전 제가 살아온 인생이 자랑스럽거나 뿌듯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좋아질 거란 기대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저 자신을 시궁창에 빠뜨리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벌 볼일 없는 변두리 예술가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니, 그리고 이런 저를 별이라 생각해 주는 저의 우주가 있으니, 그 우주에서 저도 그들과 어울려 별처럼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정도에서 폭력적이고 무자비했던 저에 대한 학대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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