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15% 급등한 박셀바이오, IPO '열등생'의 대반전

명순영 2021. 1. 18. 15: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15%.

이름도 생소한 코스닥 새내기 ‘박셀바이오’의 지난해 수익률 성적표다. 2020년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 93개 회사 중 주가 상승률 1위다.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달리던 박셀바이오 주가는 최근 오락가락 요동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최고 수익률을 냈던 박셀바이오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뜨겁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가 한창 불타오를 시기에도 주목받지 못한 ‘열등생’이었다. 중소형 신규 상장주 다수가 10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할 때, 박셀바이오는 변방에 머물며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IPO 수요 예측에 실패해 공모가는 희망밴드(3만~3만5000원) 하단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9월 22일 상장 첫날 시초가마저 공모가를 밑돌았다. 첫날 거래는 공모가에서 20% 이상이 떨어진 2만1300원에 머물렀다.

대반전의 시작은 간암 치료제(Vax-NK) 임상에서의 ‘깜짝’ 성과부터였다. 박셀바이오가 개발 중인 Vax-NK는 임상 2상 시험 첫 번째 환자에서 모든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를 나타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 이후 기업가치 재평가 작업이 이뤄졌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거래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올라 폐장일 종가는 16만7300원으로 마감했다. 12월 중순 100% 무상증자를 감안하면 주가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여 동안 1000% 넘게 뛰어 ‘저세상 주식’ 반열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2021년 첫 거래일인 1월 4일 5만100원(29.95%) 급등한 21만7400원에 마감하며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장중 29만97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17만원대로 급락했다(1월 13일 기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투자위험예고·투자경고종목’으로 매매 정지 경고를 날리자 주가가 하락했다.

▶자연살해세포(NK) 활용 항암 치료

▷임상효과 잘 나오자 단기간 주가 급등

박셀바이오가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 뛸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올해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심해야 할 단계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인정해줄 만하다 해도 제품 출시나 기술 수출까지 갈 길이 멀다. 주가도 단기 급등한 터라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전남 화순에 본사를 둔 박셀바이오는 지난 2010년 전남대 의과대학 임상 백신 연구개발사업단에서 분사해 설립된 항암 면역치료제 바이오 기업이다. 박셀은 ‘백신(Vaccine)’과 ‘세포(Cell)’를 합친 말로, 항암 면역을 아우른다는 의미다. 공동 대표인 이준행 대표와 정광준 대표는 사제지간으로 전남대 의과대학원 미생물학 석사·박사학위를 보유한 면역학 전문가다. 이 대표는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도 겸임 중이다. 정 대표는 전남대 의과대학 연구교수를 지냈고, 박셀바이오 부사장을 거쳐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 밖에 혈액암 전문가인 이제중 최고의료책임자(CMO) 등이 연구에 참여한다. 그는 창업 멤버로 2010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박셀바이오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박셀바이오는 자연살해세포(NK)와 수지상세포(DC)를 활용한 항암 면역치료 플랫폼을 개발한다. 자연살해세포는 면역세포 일종으로 암세포만 골라 직접 공격하며 암세포 발생과 증식, 전이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연살해세포 치료제가 암이 재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 줄기세포도 제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았다.

일단 기술 수준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오병용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수준이 다른 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이라며 “간암 치료제 Vax-NK는 2016~2017년 진행된 임상 1상 데이터에서 투약 2개월 뒤 11명 중 4명에게서 완전관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임상 종료 이후 약 3년이 지난 지금까지 11명 중 10명이 생존 중이고, 올(2020년) 1월 기준 중앙생존 기간은 40개월에 달했다”며 “진행성 간암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소라페닙’의 반응률이 10% 내외, 중앙생존 기간이 3개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치료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박셀바이오 주가 급등 촉매제가 됐다. 현재는 ‘Vax-NK’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2019년 10월 시작한 임상 2상은 환자 20명 모집이 목표다. 지금까지 환자 2명에게 투약을 마쳤는데 효과가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암 치료는 난제 중 난제

▷향후 임상·기술수출 살펴야

그렇다고 기술을 너무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임상 1상과 2상 초기 결과만 보고 호평을 내리기는 이르다. 박셀바이오 측도 Vax-NK 임상 1상 결과를 담은 논문 정리를 끝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주목받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게다가 간암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에도 난제로 꼽힌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환자 대상 2차 치료제로 ‘옵디보(니볼루맙 성분)’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9년 진행한 1차 치료제 임상 3상에 실패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신라젠은 2019년 8월 ‘펙사벡’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활용하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지만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후 2020년 11월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또한 수익 창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셀바이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수익은 올해와 내년에 발생할 듯 보인다. 박셀바이오는 2023년 매출 155억원, 영업손실 26억원에서 2024년 매출 882억원, 영업이익 5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지난해 급등은 바이오 열풍이 빚어낸 ‘과열’로 판단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대세다. 한 증권가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단기 1000% 올랐다는 점을 정상적이라고 해석하기 힘들다”며 “반드시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하며 향후 임상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펙사벡이 기업가치 전부였던 신라젠에 비해 박셀바이오는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군을 보유 중이라는 점이 긍정 포인트다. 박셀바이오는 간암 치료제뿐 아니라 다발골수종 치료제, 췌장암·난소암 치료제, 반려동물 전용 암 치료제 등의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암 치료제 ‘박스루킨-15’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기다린다.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에 필요한 세포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충족한 생산시설도 갖췄다는 점도 강점이다.

기술수출에도 나설 참이다. 지난해 12월 장희순 전 큐로진생명과학 대표이사를 전략최고책임자(CSO)로 영입해 기술수출 토대를 마련했다. 박셀바이오 측은 “장희순 전략최고책임자를 통해 기술수출뿐 아니라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는 등 사업 개발 확장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Vax-NK는 임상 2b상 완료 이후 조건부 승인을 통해 2024년 상업화가 가능하다”며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인 Vax-DC 등은 글로벌 임상을 통한 기술수출로 2022년부터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