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nudge리더십] 새해 '남은 소주' 보관 서비스가 있으면?
"전무님 교회 다니시지요. 혹시 성경에 소주라는 술이 나오는데 들어보셨나요?"
후배가 와서 이런 소리를 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최소 2000년 전 중근동 지방의 기록이자 기독교의 경전에 한국의 술인 '소주'가 등장을 한다고. 그럴 리가 없다고 다투기까지 하며 급기야 내기까지 할 뻔했다.
짐작했던대로 성경의 다양한 번역 중 하나였다. 누가복음 1장 15절의 'STRONG LIQUID'를 일부 개역한글성경에서는 '소주'로, 일부 번역판에는 '독한 술'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성경에서는 술에 대한 입장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보니 정말 다양한 견해가 있기도 하다. 가톨릭에서는 제한이 없지만 유독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는 아예 술은 금하고 있다. 시작했다하면 뿌리를 뽑을 정도인 우리 국민의 성정(性情)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연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사자리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정말 소중한 사람들 2~3명의 소규모 모임이라도 몇 차례 가지고 마감했다. 만난 사람들과의 아쉬움이 "야, 한 병만 더"로 이어진다. 대개 시간이 한참 지나고 가게 문 닫을 시간에 시킨 것은 진도가 지지부진하다. 급기야 '술을 남기면 죄악'이라는 협박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을 북새통을 치르고 택시나 지하철을 타면 몸이 부대껴 가끔씩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피해보고자 안간 힘을 써본다. 주인에게 '쓱' 물어본다. "사장님! 마시다 남은 소주 보관 좀 해주면 안 되나요. 옆에 줄긋고요". 그러면 한결같이 안 된다고 한다. 같이 있던 친구들은 웃자고 하는 농담으로 치부해 버린다. 나는 정말 심각하고 남다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호텔급에 가면 비싼 술은 보관해주는데 우리의 술 '소주'는 왜 안 해줄까?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 귀찮아서? 그냥 한 입에 털어 넣으면 될 것을? 아니면 세상에 4000원짜리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하는 마음일까.
새해에는 그런 집이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내가 주인이면 바로 해보겠다. 메뉴판에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피 같은 술 보관 서비스 개시', '먹다 남은 소주 보관해 드립니다. 단, 반 병 이상이어야 합니다. 보관료 100원이며 선불입니다. 보관기간은 한 달이며 그 이후는 과실주 담그는 곳으로 소유권을 이전합니다'. 그리고 받을 때 굵은 유성펜으로 눈금과 이름을 표기한다. 일부는 매장 홀에, 넘치면 주방의 어느 한 곳에 보관한다. 그러면 어떨까? 손님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물론 모두가 긍정적이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독자 개인 생각만으로 이 아이디어를 폄훼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마 '재미있다(서비스)', '맡겨 둔 술 먹으면 되니 다시 찾을 것(고객만족)', '한 병 더를 부담 없이 시킬 것(매출증대)', '남으면 두고 가도 되니 과음을 피할 것(절주운동)', '맡아주니 고마워서 다시 올 것(사회건전문화)', 심지어는 부하직원들에게 "거기 가면 내가 키핑한 것 너가 먹어라(부하사랑)" 말하며 크게 생색낼지도 모른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손님이 다시 찾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리학 서적의 고전(古典)인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드니)'에 제시된 여섯 가지 원칙 중 제1원칙인 상호성의 법칙이 작동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신세를 지게 되면 그에 합당한 호의나 선물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보관하는 번거로움에 빚진 마음으로 강박관념에 시달릴 것이다. 서비스가 작을수록, 다른 음식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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