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도문' 외우고 유튜브 열공..코스피 3000시대 주린이 천태만상

반진욱 2021. 1. 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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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면 젊은 직원들은 다 화장실 가서 주식 시세 보느라 바빠요.”

“제 자산만 불려준다면 누구든지 환영이죠, 대기업 회장들은 2030 사이에서는 신(神)이에요."

392만개.

2020년 2030세대가 개설한 신규 주식계좌 수다. 지난해 전체 신규 주식계좌(723만개) 중 54%가 청년층 명의다. 집값 폭등과 취업난에 좌절한 젊은 세대가 ‘탈출구’로 주식시장에 몰려든 결과다. 20대와 30대가 주축이 된 동학개미는 역대급 코스피 상승장을 만들어냈다.

이들 2030세대 ‘주린이’가 대거 들어오면서 투자자 세계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투자 정보를 담은 책은 유튜브가 대체한다. ‘찌라시’로 불리며 문자로 은밀하게 돌던 사설 정보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바로바로 공유된다. 신조어도 대거 쏟아진다. ‘삼성전자 펜트하우스 거주민’ ‘박살바이오’ ‘벼락거지’ ‘삼기도문’ 등 유행어가 증권가를 휩쓴다.

유튜브 채널이 이제 책을 대신할 ‘공부’ 도구로 떠올랐다. 사진은 키움증권 유튜브 채널 화면.

유형1‘열공파’, 공부는 ‘유튜브’로

글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젊은 세대 증가와 발맞춰 유튜브로 주식을 공부하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흐름은 수치로 나타난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 61%가 투자 정보를 취득하는 수단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뽑았다. 주식 채널 구독자 수도 급증했다. 키움증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실시간 투자정보 채널K’는 2019년 10월 3만명에 그쳤던 구독자가 17만명으로 대폭 늘었다. 삼성증권 ‘Samsung POP’, 미래에셋대우의 ‘스마트머니’도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세 채널 모두 2030 투자자가 증가한 지난해에 급성장했다. 증권사 외에 개인이 직접 개설한 채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삼프로TV’는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김작가TV(63만명)’ ‘슈퍼개미김정환(43만명)’ 역시 인기가 상당하다.

유튜브 인기에 증권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투자 전략 보고서를 쓰는 리서치센터가 적극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리온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예.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이 MC로 등장해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의 ‘이리온리서치’, 염승환 E-Biz팀 부장이 질문에 답변하는 ‘염물보’ 등 코너를 운영한다. 두 사람은 각각 ‘윤쎈’ ‘염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스타강사’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MZ개미’ 잡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각종 커뮤니티는 주식 이야기로 들끓는다. 사진은 에펨코리아 주식 게시판

유형2정보는 인터넷 커뮤니티

“애플 곧 중대 발표합니다. 내용은 현대차와 애플카 관련 내용이 될 것 같아요.”

1월 13일 이 한마디가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흔들었다. 정확한 출처가 없는 정보였지만 젊은 개미들은 이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차 주식을 679억원·26만주나 사들였다. 기관투자자가 820억원·32만주를 팔아치웠는데도 현대차 주식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중대 발표는 애플카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인종차별 철폐 해소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분노한 투자자들이 커뮤니티를 돌며 루머를 퍼트린 사람을 찾았지만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2030 젊은이가 늘어나면서 종목 정보 공유 장소도 바뀌는 모양새다. MZ세대가 접속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가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루리웹’ 등은 주식 관련 게시글로 넘쳐난다. 대학생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월 11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는 한때 ‘주식’과 ‘삼전’이 검색어 1·2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서울대 학생게시판 ‘스누라이프’에서도 주식 투자 관련 문의 글이 쏟아졌다.

2030 세대가 급등하며 신종 유행어도 쏟아진다. 사진은 삼성전자 주식 회복을 염원하는 ‘삼기도문’

유형3주가 상승 염원 기도문까지, ‘웃픈’ 유행어 속출

‘삼성전자 펜트하우스 거주민’ ‘박살바이오’ ‘벼락거지’.

최근 MZ세대 투자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신조어다. ‘삼성전자 펜트하우스 거주민’은 고점이 아닌 ‘초고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9만4000~9만6000원 사이에서 매수한 경우다. ‘박살바이오’는 지난해 주가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박셀바이오와 관련이 깊다. 1월 초 주가가 27만원이 넘었을 때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단기 조정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자 ‘박살’이 났다며 이름을 붙인 게 시초다. ‘벼락거지’는 남들이 주식으로 떼돈을 벌 때 홀로 투자를 하지 못해 순식간에 거지가 된 사람을 뜻한다. 벼락부자의 반대인 셈. 주식 타이밍을 놓친 젊은 세대들이 한순간에 거지가 됐다고 자책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주가 상승을 염원하는 ‘기도문’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삼기도문’이다. ‘수원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로 등장하는 이 기도문은 기독교의 주기도문을 패러디했다. 삼성전자 주주가 우스갯소리처럼 올린 이 글은 1월 초 각종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휩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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