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핵무기 고도화 선언, 북한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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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내내 국방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핵무기 고도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관련국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2018년 북미 대화 중에도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했다는 북한을 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선언은 향후 북·미 대치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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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내내 국방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미는 대외용임을 명확히 한 열병식이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전까지 핵무력 증강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미국 신정부에게 전달하기 위한 대회였다. 물론 호전적 핵무기 고도화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를 언급하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혀 협상의 여지는 열어놓았다.
그러나 핵무기 고도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관련국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2017년11월30일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에도 줄기차게 핵무기 개발을 했다고까지 밝혔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신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일부는 오바마정부 시기 경험을 통해 대북 ‘불신’을 저변에 깔고 있다. 2018년 북미 대화 중에도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했다는 북한을 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선언은 향후 북·미 대치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핵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을 통해 에둘러 전략무기 개발 지속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핵무기 고도화 선언을 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용 메시지가 명확하다. 첫째, ‘전략적 지위’를 상기시키기 위한 용도다, 세계적 수준의 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둘째,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펼치고 있는 핵 군비경쟁에 편승하여 핵개발 명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개발 중인 전략급·전술급 핵무기들을 열거, 바이든 정부가 혹시 선택할지 모를 전략적 인내나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를 무력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북핵 논의를 ‘북한식 핵군축’ 차원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다.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다탄두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정찰위성 등은 세계 핵 군비경쟁의 ‘문제적 무기들’이다. 그런데 어떤 국가도 개발 중인 전략·전술급 핵무기를 최종 실험단계가 아님에도 개발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군축 또는 핵군비통제’ 접근을 위한 포석이다. 특히 바이든 진영 내 북핵문제 접근에 있어 핵군축 적용을 주장하는 기류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NPT체제 강화,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재협상, 이란 핵협정 복구, 군사전략 및 외교에서 핵무기 역할 감소, 핵무기 재고 감소,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핵심은 핵군축 또는 핵군비통제체제의 재구성이다. 다시 말해 핵군축체제를 다듬어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핵무기 국제질서를 진정시키고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약이 온전히 이행되기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계획과 욕구, 과거 군사대국의 영화를 찾으려는 러시아의 행보를 꺾기 힘들다. 그럼에도 바이든 신정부는 지금의 핵국제질서를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재정비하는 것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높다. 핵군축 접근이 다양한 스케일에서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북핵문제가 이런 구도와 어떻게 연계될지 관심사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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