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新패러다임 ESG]투명한 지배구조로 혁신.."리스크 선제대응"

오현길 2021. 1. 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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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주식시장 폭락 했지만
지배구조 우수 주가 손실 방어 뛰어나
주주권리보호·이사회·감사기구 등
금융그룹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주가 하락을 잘 방어한 기업들도 있었다. 공통점은 ‘지배구조(Governance)’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연구결과를 보면 기업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331개 기업의 평균손실률은 10.7%였지만, 지배구조가 우수한 337개 기업의 손실률은 6.07%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은 물론 주주와 자본시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수한 지배구조는 나머지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전반적인 의사결정 체계, 권한과 책임의 배분 등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장 선행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로 꼽힌다.

ESG 경영 전면에 내세운 금융그룹들도 지배구조와 관련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주주권리보호, 이사회 운영, 감사기구 독립 등을 평가해 이사회를 비롯한 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갖추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들의 지배구조는 대외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KCGS는 지난해 상장회사 908곳을 평가해 SG제일은행을 지배구조 우수기업 대상에, 신한금융지주를 최우수기업으로 각각 선정하기도 했다.

KCGS는 주주권리보호와 이사회, 감사기구, 공시 등 4개 항목을 통해 지배구조를 평가한다. 주주권리보호란 주주권리의 보호 및 행사 편의성, 소유구조, 경영과실 배분, 계열회사와 거래 등에 대한 평가다.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 이사회 평가 및 보상, 이사회 내 위원회 등을 잘 갖추고 있는 지로 이사회를 평가하며, 감사기구의 구성과 운영, 공시 수준 등을 따져보고 있다.

금융그룹,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

신한금융은 적극적인 이사회 활동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책임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사회 내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됐으며, 이사회와 경영진 간 일상적인 소통이 원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한은 2015년 금융지주사 최초로 이사회 내 소위원회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 ESG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 및 회장 추천 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은 위원회에서 제외된다.

KB금융도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산’을 목표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 등 계열사 6곳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 투자사의 발전을 유도하고 고객 자산의 중장기적 이익 향상을 책임질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해상충 방지 정책을 수립하고 내부통제규정 및 컴플라이언스 매뉴얼(내부통제매뉴얼)을 통해 투자자의 이익이 당사, 주주 및 임직원의 이익에 우선토록했다.

하나금융도 윤리·준법 경영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경영원칙으로 삼았다. 2019년 금융권 최초로 준법 및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국제 표준 인증을 동시에 획득, 글로벌 수준의 준법·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관치가 흔드는 지배구조

과거 금융그룹은 지배구조 리스크에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2010년 신한사태나 2014년 KB사태 등 금융지주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에는 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으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연임 중이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연임 중이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은행장을 거처 회장에 선임됐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강력한 지배력으로 인한 장기집권 등 폐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회장들의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셀프 연임하는 부분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치금융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정책을 흔들기도 한다. 작년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배당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당국은 코로나19 여파를 대비해 금융지주들이 배당 축소를 확정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금융그룹을 압박했고, 주주들은 금융지주들이 최대 실적을 거둔만큼 배당성향을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9조원에 이른다. 충당금은 3조원에 육박, 전년도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배당 축소안을 협의, 배당성향을 15∼25% 수준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 감독·규제 강화 입법 봇물

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투표제 실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율대상을 상장사나 비상장에 관계없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확대한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으로 합계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기업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곳이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된 지배구조 개선 관련 개정 법안은 모두 36건에 달한다. 상법 개정안은 13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11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안유라 KCGS 연구원은 "자사주 신주발행 금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또는 서면투표제 도입, 기업집단의 지배력 감시 강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강화 등 내용은 이번 국회에도 반복적으로 제출됐다"며 "유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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