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운명의 날'..경제계 "이재용 선처" 줄호소
총수 공백 현실화 우려 초긴장
준법문화 파격혁신 통할지 관건
박용만, 상의 회장 취임 8년만에 첫 탄원서
중기·벤처협도 "이 부회장 선처" 호소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삼성그룹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자칫 총수 공백 사태까지 겹치게 되면 각종 사업과 투자가 멈출 것이라 우려에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 행보도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5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연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삼성 너머 재계 전체가 ‘초긴장’…"선처해야" 호소
이 부회장의 선고를 앞두고 삼성 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가 초(超)긴장 상태다. 이미 총수 구속 사태를 한 차례 겪었던 삼성 임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 및 수급 부족 사태 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최종 책임자인 이 부회장의 공백이 현실화 되면 삼성의 경영 상황이 휘청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글로벌 경쟁사들의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된 분위기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만 뒤처질 수 있다는 내부 위기감도 감지된다. 삼성의 한 직원은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금은 이 부회장이 회사의 ‘구심점’"이라며 "회사의 명운이 달린 만큼 직원들도 아침부터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뿐 아니라 경제계 전체가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재수감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고법에 "그간 이 부회장을 봐 왔고 삼성이 이 사회에 끼치는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직하는 7년8개월동안 기업인 재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처음이다.
김문기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17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선처를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삼성이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감안하면 당면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충분히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도 지난 7일 "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생태계를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삼성, 준법문화 파격 혁신중재판부 주문으로 설치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1년간 삼성 준법문화 혁신을 이끌어오고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을 시작하며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준법경영을 위한 감시기구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가 지난해 2월 출범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초부터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노동·시민사회 소통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권고했고,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내부거래·대외 후원금 등 위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소지를 미리 논의해 사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준법감시위는 임직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 이외에도 최고경영진의 위법사항도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운영중이다.
그 결과 준법감시위 전문심리 절차에서도 특검 및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전문심리위원들은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지만,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부회장도 대국민 사과, 파기환송심 최후진술, 준법감시위 면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준법감시위 활동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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