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조세硏 '날선 공방' 지역화폐 효과 누가 맞나
새해 벽두부터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재정연구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화폐 효과를 두고 티격태격해온 가운데 이번에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이 지사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조세硏의 지역화폐 무용론
▷“현금대체재 불과…소비 증대 효과 無”
지역화폐 개념부터 살펴보자.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시중 가격보다 5~10%가량 저렴하게 사서 액면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역 소비를 늘리고 침체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전국 여러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한 가운데 지자체장 중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앞장서서 지역화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던 중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내놓은 보고서가 불씨가 됐다. 연구원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특정 지역 소비가 늘어나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비 증대 효과가 없다. 지역화폐는 소비자가 원래 쓰려고 한 현금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에만 소비가 몰리게 하는 문제를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지자체들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액면가보다 싸게 판매해왔다. 일례로 지역화폐인 상품권 1만원권을 90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가 차액을 보조하려 2020년 한 해에만 900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9000억원 보조금 중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제적 순손실은 46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상품권 인쇄비, 금융 수수료 등 부대비용 1800억원까지 포함하면 연간 총 2260억원이 손실로 사라진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활용하고 3500만개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실증 분석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발끈했다. “얼빠졌다”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조세재정연구원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 지출은 복지 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생산 유발이라는 다중 효과를 낸다. 문재인정부 공약이자 핵심 정책의 하나인 지역화폐를 비난하는 국책연구기관 태도가 참으로 걱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앞장서자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도 힘을 보탰다.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가 2019년 기준 소상공인 매출을 57% 늘리는 효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세재정연구원이 사용한 데이터는 지역화폐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이전 데이터라 의미가 없다는 주장까지 더했다.
이를 두고 본 조세재정연구원은 새해 들어 곧장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완해 최근 연구원 홈페이지에 새로 게재했다. 송경호, 이환웅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월 4일 내놓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경기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결론은 “경기연구원의 연구는 지역화폐 효과를 과대 추정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적폐”라며 발끈하는 이재명
▷“소상공인 매출 증대, 생산 유발 등 효과”
일례로 경기도는 2019년 청년배당 1760억원, 산모건강 지원사업 423억원 등 2183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무상 지급했는데, 경기연구원의 연구는 이런 무상지원금까지 모두 더해 지역화폐 효과를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화폐의 순수한 효과가 아니라 정부 지원금과 지역화폐 효과가 합쳐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화폐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원금을 신용카드, 현금 등 다른 결제 수단으로 지급했을 때와 지역화폐로 지급했을 때의 차이점을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앙정부 지원은 지역화폐보다는 전국 단위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연구원이 또다시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월 7일 입장문을 내고 “조세재정연구원이 부적절한 분석에 근거해 지역화폐 효과를 폄하했다. 연구 방법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연구원의 지역화폐 연구를 과도하게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가 산업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지만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점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만큼 두 기관의 연구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 경기연구원 반박이다. 그러면서 “지역화폐 이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합리적 논거와 실증적 근거에 기초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도 “경기연구원만 물고 늘어진다. 그러니 연구가 아닌 정치를 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효과를 두고 연구원마다 언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지역화폐 활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 국책연구기관과 지자체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지역화폐 효용성과 개선 방안을 체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모바일로 구매, 결제가 가능한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경기지역화폐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실물카드를 신청해 우편 수령한 뒤 카드 등록을 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모바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다. 현금성 복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때 이를 불법으로 현금과 교환하려는 ‘현금깡’ 사례가 적잖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교수는 “지역화폐마다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정치적 수단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모바일로 일원화하거나 사용처를 늘리는 등 지역화폐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효용가치가 높아질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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