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템' 장착한 칠곡할매 서체..정재환, 시골할매들 '홍보대사' 된 사연
유명 개그맨·방송인 출신인 정재환(58)씨가 '칠곡할매 서체'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현재 역사학자이자 대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어 우리말·글 사랑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경북 칠곡군은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접촉 온라인 위촉식을 오는 19일 열고, 정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칠곡군 관계자는 "정씨가 한글사랑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것을 알고, 군에서 먼저 연락해서 홍보대사 활동을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보대사까지 얻게 된 칠곡할매 서체는 지난해 칠곡군이 개발한 글꼴이다. 한글을 막 깨우쳐 삐뚤빼뚤하면서, 어린이 같은 글씨를 쓰는 칠곡 시골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글꼴로 만든 것이다. 유명인이나 역사적인 인물이 아닌 시골에 사는 할머니들의 손글씨가 서체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곡할매들은 한글 배워 시 쓰는 할매로 유명하다. 시 쓰는 할머니들은 모두 칠곡군 25개 시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 한글을 깨우친 기념으로 시를 지었고 그 순수한 감성이 들어있는 할머니들의 시를 책으로 묶어 세차례 발간했다. 시 쓰는 칠곡할매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로도 알려졌다.
칠곡군은 시집 발간에 참여한 할머니들(400여명) 가운데 5명을 선정해 각각 다른 5개의 칠곡할매 서체를 만들었다. 서체는 시 쓰는 할머니 중에 손글씨에 개성이 있는 김영분(75), 권안자(77), 이원순(84), 이종희(79), 추유을(87) 할머니의 글씨다. 그래서 서체 이름도 할머니들 이름 뒤에 '체'를 붙여 쓴다. 추유을체, 김영분체, 권안자체 같은 형태다.
할머니들은 지난해 하반기 수개월간 펜을 몇 번씩 바꾸어 가며 글씨 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한 명 당 종이 2000여장에 글씨를 써가며 서체 만들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할머니들이 하기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유독 할머니들을 힘들게 한 건 영어와 특수문자였다. 한글은 배운 것이기에 쓸 수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특수문자의 경우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때 지원군으로 나선 건 손주들. 손주들이 옆에서 할머니들의 도우미로 서체 만들기를 도왔다.
이런 칠곡할매들을 세상에 알린 건 2008년부터 마을별로 운영 중인 칠곡군 ‘성인문예반’이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모여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는 일종의 어르신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2015년 당시 칠곡군은 할머니들이 지은 시 98편을 성인문예반에 보관해 뒀다.
이걸 우연히 지역 문인들이 봤다. “감성이 예쁘다”고 평했다. 그래서 이를 묶어 첫 시집을 내게 됐다. 이 시집이 이른바 ‘대박’이 났다.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에 권당 정가 9000원에 내놨는데 2주일 만에 다 팔렸다. 순수한 시골 할머니들이 솔직한 눈으로 바라본 그들만의 세상에 독자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칠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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