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브 잊은 베테랑, 최형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유준상 2021. 1. 18. 10: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O리그] 이적 이후 꾸준한 활약으로 3년 재계약 이끌어

[유준상 기자]

2010년대 초반, KBO리그는 한마디로 삼성 라이온즈의 시대였다. 2010년부터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마운드와 짜임새 있는 타선으로 왕조 구축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박석민과 함께 중심 타선을 이루면서 왕조의 중심이 됐던 선수, 바로 최형우가 있었다. 2016년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그는 그해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해 시장에 나왔고, KIA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다. 4년 총액 1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도장을 찍으면서 'FA 100억 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적 이후였다. '먹튀'라는 불명예 없이 4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계약 마지막 해였던 2020년, 팀이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못지않은 활약으로 황금장갑까지 품었다.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졌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1983년생' 최형우는 여러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KIA 타이거즈
4년간 꾸준했던 최형우, 그래서 더 빛나는 그의 가치

4년간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 최형우는 매 시즌 130경기 이상 출전했고, 2017년과 2020년엔 OPS가 1을 넘겼다. 같은 기간 통산 안타 개수는 677개로 전체 3위에 해당한다. KIA가 거액을 투자한 이유를 성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이후에도 성적 면에서 크게 변화가 없었던 최형우는 오히려 2019년 조금 주춤했던 부분을 이듬해에 만회했다. 전년도 17개의 홈런에 만족했으나 2020년 홈런 28개를 생산했고, 타율과 OPS도 크게 상승한 모습이었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타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2020년 각종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OPS의 경우, 리그에서 최형우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 로하스(1.097) 단 한 명뿐이었다. 국내 타자 중에선 최형우가 1위였다.

본인이 잘하기도 했지만, 행운도 따랐다.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0.397로, 나성범(0.39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적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삼성 시절 가장 높은 BABIP를 남긴 2016년(0.398)에 근접한 기록이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37세 기준 역대 단일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부문에서 지난해의 최형우가 5.70으로 가장 높았다. 기존에 이 부문에서 1위를 지키던 선수는 2006년 양준혁(5.45)이었다.
 
 KIA와 3년 더 동행하는 최형우가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갈까.
ⓒ KIA 타이거즈
 
3년 보장 계약, 다시 한번 팀의 믿음에 보답하려는 최형우

KIA에서 네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최형우는 올겨울 FA 시장에 나왔고, 잔류를 택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총액 47억 원에 본인의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연봉 9억 원, 계약금 13억 원, 옵션 7억 원이다.

옵션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계현 단장이 "지난 4년을 포함한 최형우 본인의 기록 평균에 기초해 옵션을 작성했다. 조금만 힘을 내주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우가 부상이나 에이징 커브와 같은 변수를 갑자기 마주하지 않는 이상 옵션을 충족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해를 넘기기 전에 계약서에 사인한 최형우는 이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 속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에 팀이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고, 동시에 3년 보장 계약을 제시한 구단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나머지 야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최형우가 삼성에서 왕조를 경험했던 시절에도, 이적 직후 트로피를 들어 올린 2017년에도 최형우 홀로 타선을 이끌진 않았다.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김선빈, 유민상, 박찬호 등이 최형우를 도와줘야 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매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서 롱런했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KBO리그에서도 10년 넘게 롱런했던 선수를 생각해보면, 몇 명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대로라면, 최형우가 그중 한 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기록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