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9년 만에 내부 발탁..디지털·기획 전문가

박수호 2021. 1. 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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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생/ 서울대 농업교육학과/ 1990년 농협중앙회 입회/ 2015년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2016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2019년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2020년 NH농협은행장/ 2021년 1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역대 두 번째 내부 출신 회장.

새해 출범 10주년이 되는 NH농협금융지주가 선임한 손병환 회장(59) 타이틀이다. 손 회장은 초대(2012년) 신충식 회장에 이어 9년 만에 내부 출신 회장으로 선임됐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2020년 이전은 금융지주로서의 뼈대를 농협에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에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병환 후보자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협금융을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손 회장은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3월 NH농협은행장에 올랐다. 이후 1년도 채 안 돼 회장에 오르면서 농협금융 내 ‘샐러리맨 신화’ 기록을 세웠다.

손 회장 취임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60년대생 행장’을 파격적으로 여겼던 보수적 금융권에서 1962년생인 금융지주 회장이 나왔기 때문. 게다가 디지털 금융 이해도가 상당하다는 내외부 평가도 뒤따른다.

NH금융지주 임추위 관계자는 “특히 지난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절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에 큰 기여를 했다. 2019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농협은행장을 역임하면서 농협금융의 최근 호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관련 실무에 눈을 뜬 계기는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보직을 맡으면서다. 그때는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NH농협은행이 이후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업그레이드하려던 시기였다. 담당 부장이였던 그는 개편에 공들여 보안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관련 그림도 손 회장이 그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2015년 농협은행이 선보인 오픈 API 서비스는 손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오픈 API란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소스코드)을 의미한다. 은행 API를 활용하면 은행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개인 간(P2P) 금융에 필요한 서비스, 지로 공과금 납부 등 핀테크 업체 서비스를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최초로 API를 공개하자 다른 은행의 API 공개도 잇따랐다. 농협은행 오픈 API가 정부의 오픈뱅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빅테크(IT·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금융지주 간 한판 대결 혹은 경쟁 격화 조짐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손 회장은 일찌감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차별화했다. 손 회장 지론은 ‘경쟁보다 협력’이다.

그는 기존 대형 은행이 빅테크 또는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에 야금야금 금융 서비스 영역을 뺏기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설명했다. 그렇다고 경쟁하려 하기보다는 핀테크 앱 사용자에게 농협은행의 본질적 서비스인 예금, 대출, 카드를 쓰게 하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자체 앱을 자산관리에 맞게 개편하고, 이동통신 업체와 제휴한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e커머스 업체 11번가와 핀테크 공룡으로 커가는 토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행장 취임 후에도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해 성과를 만들어냈다.

우선 효율적인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들기 위해 애자일 조직을 은행에 적극 도입했다. 올원뱅크센터Cell(작은 조직 단위) 등 5개 부문 8개 Cell을 만들고 24개 과제를 맡겨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비대면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다. 자산·소비 현황과 통계, 금융 일정 등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올해 2월에는 VIP금융컨설팅 등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 사업도 추진했다. 지난해 7월 데이터 사업부를 신설하고 정부 재난지원금 관련 카드 이용 집계 정보 데이터를 최초로 판매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 대상 데이터 컨설팅 사업도 시작했다. 경기도에 ‘금융생활 분석 리포트’를 제공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17개 시·도 대상 금융생활 컨설팅을 늘릴 예정이다.

업무 효율과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이 대신 하도록 해 임직원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예를 들면 은행권 최초로 ‘투자 상품 서류상 불완전 판매 점검’에 RPA를 적용하는 식이다. 또 RPA를 활용해 대출 자동기한연기 AI 시스템도 구축했다. RPA 적용 업무는 2019년 말 기준 누적 37건에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90건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

▶상대적으로 낮은 순익, 글로벌 진출 숙제

손 회장은 농협 전반의 글로벌 사업에 정통한 인물로도 이름을 얻었다.

2019년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을 지내면서 농협금융의 해외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고 농협의 해외 사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건전성 지표 개선에도 앞장섰다.

손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농협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 비율이 0.26%로 전년 말 대비 0.14%포인트 감소했다. 2018년 농협은행 연체 비율이 0.43%까지 높았다가 손 회장이 행장 시절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위험 대비에도 만전을 기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충당금 적립률은 140.05%로 전년 말 대비 36.1%포인트 늘었다. 충당금 적립률은 2018년 93.67%, 2019년 103.95% 수준이었는데 손 회장이 순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해도 좋으니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과감히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농협금융지주 앞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태생적으로 농협금융지주는 농협법에 따라 설립되다 보니 대형 금융지주와 경쟁에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다른 금융지주가 당기순이익 3조원 시대를 열 때 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처지는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업·농촌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사업을 찾다가 손실이 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는 여지는 늘 있다.

글로벌 진출에서도 상대적으로 느리고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손 회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끊임없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사업 확대와 진출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더 확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중 최연소 타이틀, 행장 재임 중 회장 선임 등 금융권 각종 기록을 작성한 손 회장. “위기 대응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10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그의 청사진이 과연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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