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균 칼럼] 부동산 이어 증시도 정치가 망칠 건가

임상균 입력 2021. 1. 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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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장에 정치가 개입할 조짐이다. 이번에는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시장이다.

3월 15일로 종료되는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할지를 놓고 정부·여당이 고민에 빠졌다.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일단은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재개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지난 1월 8일 출입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공지도 보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며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워딩을 자세히 보면 종료될 ‘예정’이며 마무리해나갈 ‘계획’이다. 나중에 스탠스를 바꾸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더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직까지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의 이런 태도는 당연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여당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태세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물밀듯이 몰려든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이미 여당에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의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개별 의원들은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인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매도가 이 상태로 재개된다면 시장 혼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며 재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매도 재개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금융위에 요청한 바 있다.

3월에 다가갈수록 여당 내에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게 뻔하다. 여기에 금융위가 재개 입장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문재인정부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잣대로 부동산 정책을 휘두르다 시장을 망가뜨렸다.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대책은 강남 혹은 부자와의 싸움 양상으로 전개됐다.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보다는 편 가르기를 통한 정치적 포석이 더 앞선 결과다.

이번에는 주식시장에서 시장을 망가뜨리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은 우선 정책 신뢰에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 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한 차례 연장됐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공매도 금지 기한이 오는 3월 15일까지 연기됐는데, 그때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서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못 박은 바 있다. 이를 또다시 뒤집는다면 한국 증시는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또 공매도 금지 연장은 역설적으로 한국 증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꼴이 된다. 3월 공매도 재개를 걱정하는 이유는 시장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은 이미 정상적인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시장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이 시장 하락이 무서워 공매도를 막는다면 “펀더멘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인식을 주기 충분하다.

금융위는 우선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하고 개인에게는 불리한 현재의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공매도 역시 시장과 전문가 영역에 맡겨야 한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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