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값 잡으려면 부동산 통계부터 제대로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강남구 주택 평균 매매가다. 지난해 내내 집값이 수억원씩 급등했고 특히 강남 매매가 상승률이 높았지만 부동산원은 오히려 집값이 하락했다는 데이터를 냈다.
대한민국 부동산 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부터 문제 투성이다. 통계청은 “KB국민은행과 부동산원에서 조사하는 주택 가격이 최근 3년간 10% 이상 차이가 난다”고 꼬집었다. 정부기관인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업체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전국 시군구 아파트 9400가구를 조사해 집계한다. KB국민은행 통계 표본(3만6000가구)보다 한참 적다. 부동산원 직원이 직접 표본 가격을 조사하는데 거래가 없을 때는 중개업소 호가 등을 참고해 평균을 낸다. 이 과정에서 급매나 특이 거래를 제외하는 등 조사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비판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스스로 부실한 통계를 정책 옹호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고 강조할 때마다 부동산원 자료를 근거로 댔다. 논란이 커지자 통계청은 부동산원에 원자료를 공개하고 표본 수도 늘릴 것을 권고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확한 시장 진단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통계가 확보돼야 한다. 정부가 집값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위적 통계에 기대어 실패한 정책을 고집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새해에는 정부가 보다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을지 기대해본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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