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혁신하란다고 혁신 일어나나 자발적 변화, '넛지' 기억하라

2021. 1.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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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사 A기업은 인공지능 전문가 확보·유지·육성이 사업 성공 관건이었다. A사는 인공지능 전문 인력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인재 유치 노력을 기울여왔다.

A사는 시장에서 원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회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반감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자존심을 건드려 의욕을 떨어뜨린다, 팀원 간 역량 차이로 배울 게 없어 자기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싶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A사는 이런 발견을 토대로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시도했다. 팀장에게 권한 위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리더십 교육을 실시했다. 팀원 간 대화와 공유를 장려하려고도 노력했다.

하지만 효과는 약했다. 팀장들은 여전히 권한 위임에 소극적이었다. 팀원의 팀장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전보다 되레 일의 진척도가 떨어졌다. 팀원 간 대화와 공유를 장려하는 정책은 회사가 지식과 노하우를 뺏으려는 의도로 인식됐다. 결과적으로 이직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의 효과를 거뒀다. 시장정보팀은 과거 업계 동향을 회의 형식으로 전달해왔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개개인 전문 분야에 맞는 정보를 세밀하게 제시했다. 또한 “경쟁사 시도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냐”는 식의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직원들이 목표,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폭넓게 자발적으로 제안을 내놨다. 경영진은 이를 토대로 새로운 2가지 실험을 시도했다. 첫째, 팀장 주간업무 보고를 기록하는 소프트웨어에 분석과 챗봇 기능을 가미했다. 매주 팀장들에게 “다음은 귀하가 이번 주 수행한 업무입니다. 이 중 권한 위임을 했어도 될 만한 업무는 없었나요?” “지난주 대비 이번 주는 전략과제 관련 핵심업무 할애 시간이 적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요?” “팀원에 대한 피드백 시간이 현저히 줄었네요?” 등으로 환기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답을 할 필요도 없고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메시지다. 그런데 이후 팀장에 대한 팀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둘째는 인공지능 부서를 한 층으로 집중시켰다. 이 곳에 다양한 교양서적, 잡지 등이 진열된 넓고 쾌적한 북카페 형식의 직원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쉽게 테이블을 배치할 수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했다. 개인이든 단체든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북카페는 성황이었다. 혼자 있기보다 여럿이 대화를 즐기는 사례가 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북카페가 열린 지 얼마 뒤 직원이 자발적으로 업무상 애로 사항이나 모르는 점을 포스팅하고 여기에 조언을 달아주는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평소 경영진이 그렇게 강조해온 직원 간 노하우와 아이디어 공유가 활발히 일어나게 된 것이다.

A사 인공지능 전문 인재 이직률은 줄어들었고, 새로운 지원자가 몰렸다. 이런 접근 방법을 넛지(Nudge)라고 한다. 제도, 규칙, 일방적 지시와 같은 강압이 아니라 무심하고 부드럽게 개입해 타인의 선택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이른바 ‘자유주의 개입’ 방식이다. 변화와 혁신의 실질적 성공을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 못지않게 구성원 행동 변화와 실천이 중요하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사장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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