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시끌 "버블 연착륙 기회? 결국 그들만의 리그"

명순영 2021. 1.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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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덕분에 주식시장이 살아났다. 공매도 재개는 ‘배은망덕한’ 조치에 가깝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혜택을 누리는 공매도는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제도가 있어야 주가가 적정 가치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공매도가 3월 16일 재개 시한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매도를 둘러싼 대립은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자로 나뉜다. 개인투자자는 극렬하게 반대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길이 다시 열리길 바란다. 엄정한 ‘심판’이 돼야 할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재개’ 입장을 밝히면서도 동학개미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린 뒤 먼저 판 다음 일정 기간 이후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예를 들어 A주식이 1주당 1만원이라고 하자. 투자가 홍길동 씨는 A주식을 빌린 뒤 내다 판다. 이후 A주식이 5000원으로 떨어졌다. 이때 홍 씨는 5000원에 주식을 사서 갚아버린다. 순서가 좀 바뀐 듯하지만 1만원에 팔았고, 5000원에 되샀으니 홍 씨는 5000원 수익을 낸 셈이다. 이처럼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구조다.

개미투자자 대부분 주가가 오를 때 돈을 번다. 당연히 ‘주가가 떨어지길 바라는’ 공매도가 반가울 리 없다. 또 공매도 전략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공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6곳에 불과하다. 대상 종목도 얼마 안 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공매도 99.2% 이상 차지한다는 점이 이 같은 현실을 말해준다. 개인이 25~30%에 달하는 일본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설령 공매도로 맞붙는다고 해도 개인이 막강한 자금과 정보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을 이기기가 힘들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선 가운데 공매도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동학개미의 강력한 반발에 3월 재개를 목표로 삼은 금융당국 고민이 깊어졌다. <이승환 기자>
▶“증시 무너진다” 개미 극렬 반대

▷선진국선 공매도 안 하는 곳 없어

외국인과 기관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공매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투자 기법이라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공매도 순기능 중 하나는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것. 이론상 시장이 과열해 주가가 적정 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공매도로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장 거품(버블)이 한 번에 터지기보다 공매도를 통한 조정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공매도를 일시 중단한 뒤 계속 유지하는 곳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라는 점 역시 재개 의견에 힘을 싣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순기능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격 발견 기능’인데 쉽게 체감이 안 돼 더 논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해서라도 공매도 재개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공매도 허용 정도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탁익스체인지(FTSE) 등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 평가에 활용된다.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국내 증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1차례 연장 끝에 3월 정상화를 염두에 뒀던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기본 입장은 여전히 ‘재개’ 쪽이다. 금융위원회는 3월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끝맺겠다는 방침을 보였다. 다만 재개에 앞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정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불법 공매도는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최대 5배 벌금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바꿨다. 점검 주기도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반대 목소리가 강해 3월 재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매수에 나선 것을 두고 “자본시장에 애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상태로 재개한다면 시장 혼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 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공매도 재개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금융위에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욱 의원도 “공매도를 무턱대고 재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국회에서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지 않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성과가 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정해졌다는 판단이 들 때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이 미흡하다면 공매도 금지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가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다양하다. 박용진 의원은 “사후 처벌이 강화됐지만 사전 차단 시스템이 아직 없다”며 “신호등이 고장 난 상태에서 교통을 재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중 구축완료 예정인 공매도 종합 모니터링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불법 공매도로 49개 회사(외국계 42곳, 국내 7곳)가 적발됐지만 누적 과태료는 94억원에 불과했다.

▶4월 재보선 앞둔 3월 재개 가능할까

▷대형주 공매도만 허용 ‘홍콩식’ 검토

한쪽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상승세를 탄 코스피의 조정, 4월 재보선 등 변수가 많이 남아 공매도 재개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4월 재보선이 변수다. 3월 중순 공매도 재개로 자칫 주가가 급락하기라도 하면 여권이 선거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금융위는 “기존 입장대로 오는 3월 15일 이전에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개할지 안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재개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 관계자도 “동학개미와 정치권 의견을 들어야 하며 세계 10위권 국내 증시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한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욱 의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개미가 주도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장이고 개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국회와 금융당국의 의무”라며 여론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공매도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힘들고 결국 공매도를 다시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지난해 급등한 터라 올해 조정장이 올 게 분명한데, 기계적으로 3월 재개로 못 박지 말고 조정장 이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공매도 방식이 도출될 여지도 남았다. 예를 들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시장만 재개한다거나 일부 대형주에 한해서 허용하는 식이다. 특히 대형주 위주의 공매도 지정제인 ‘홍콩식 공매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콩식 공매도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밝힌 제도다. 홍콩은 시총 30억홍콩달러(약 4425억원) 이상,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한다. 공매도 전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주 위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지정제’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3호 (2021.01.20~2021.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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