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스트레스란 괴물이 위협하는 대한민국 구하는 건 결국 평범한 사람들 아닐까요

한은정 입력 2021. 1.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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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제로’의 이대희 애니메이션 감독(가운데)을 만난 김태균 학생기자(왼쪽)·이다예 학생모델이 영화 뒷이야기와 애니메이션 제작 및 감독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애니메이션은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다양한 과정을 거친 끝에 완성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제작을 총괄하는 감독인데요. 김태균 학생기자‧이다예 학생모델이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파닥파닥’을 연출하고, 개봉을 앞둔 국내 최초 아빠 히어로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의 이대희 감독을 만나 영화와 애니메이션 감독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해결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대희 감독을 만나기 위해 ‘뽀로로’, ‘코코몽’ 그리고 ‘스트레스 제로’를 제작한 302플래닛을 방문했죠. “여기가 제 작업실이에요.” 이 감독이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스트레스 제로’ 제작에는 30~35명 정도의 제작진이 투입되었는데요. 제작비와 영화의 규모에 따라 만드는 인원이 결정된다고 했죠. “외국 같은 경우에는 200~300명의 인원이 만들기도 하고, 제 전작인 ‘파닥파닥’은 15명 정도 데리고 만들었던 거 같아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여러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이 감독은 많은 인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줬습니다.

이대희 감독이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스트레스 제로’ 속 캐릭터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는 기획실이에요. 스토리기획이 끝나면 스토리보드를 제작해요. 애니메이션의 가이드라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콘티 작업을 하고 밑그림을 그리죠.” 미술팀에서 캐릭터를 그리는 등의 작업을 끝내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내는 모델링 단계에 들어갑니다. 그 후 애니메이터들이 움직임을 만들어주면 그래픽‧음향 효과를 넣고 합치죠. 편집하고 음악도 넣어주면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합니다. ‘스트레스 제로’에 나오는 불괴물 캐릭터와 완성된 영상도 살짝 볼 수 있었고, 스튜디오 내부를 둘러보며 애니메이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죠. 이제 본격적으로 이대희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다예 스트레스를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요즘 학생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받는 걸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이 화가 나고 욱할 때가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 불타오르는 이미지가 그려졌죠. 스트레스로 불타는 괴물이 생각나고 그렇게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태균 아빠 히어로물이라고 하는 게 독특한데, 아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 ‘파닥파닥’을 만들 때는 제가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었죠. 직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들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아빠를 주인공으로 하게 됐죠. 원래 애니메이션은 사람들의 행동이나 이런 부분들을 과장해서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만들면 그게 덜 독특할 거 같았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지 않은, 일상에 있는 인물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독특할 거 같았죠.

다예 작품의 배경을 서울 도심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의 풍경을 영화에 잘 담아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비롯해서 외국 애니메이션 보면 장소들이 되게 예쁘게 그려지잖아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때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부분들이 잘 안 보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한국 배경을 영화에 잘 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었죠. 또 영화 소재가 스트레스잖아요. 제가 볼 때 서울은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도시 같았어요. 아파트와 빌딩이 빽빽하게 있다거나 차들이 밀리는 모습들이 스트레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도시로 보였죠. 실제로 영화를 보면 자동차들의 디자인이 화난 것처럼 다 인상을 쓰고 있어요.

태균 ‘파닥파닥’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인데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3년 반 정도 걸렸어요. 보통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 걸리는 편이에요. 보통 영화를 만드는 데 돈을 투자받는다는 개념이 있어요. 돈이 있어야 영화를 만드니까, 영화가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하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그건 10년 동안 계속 만든 게 아니라 투자를 받느라고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인 거죠. 저도 거의 10년 동안 ‘스트레스 제로’만 준비했던 건 아니고 원래 ‘강철아빠’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먼저 투자를 받은 ‘스트레스 제로’가 그보다 앞서서 선을 보이게 됐어요.

다예 캐릭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캐릭터가 떠오르더라고요. 불괴물 캐릭터도 오빠에게 장난감을 뺏겨 마구 소리치며 우는 딸의 모습에서 떠올랐어요.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딸의 모습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보이고 괴물 같기도 했죠.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면 스트레스가 쌓일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들이 소리 지르고 우는 모습을 보면 밑으로 U자가 되는 특유의 입 모양이 있거든요. 불괴물도 보면 그렇죠.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요.

이대희 애니메이션 감독

태균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몽상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하긴 했었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 방황을 많이 했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애니메이션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움직이는 걸 보면 굉장히 신기한 느낌을 받아요. 뭔가 무생물을 살려낸 것만 같고, 그런 느낌을 애니메이터 매직이라고 하기도 해요. 그게 굉장히 기분 좋고 무생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어 내는 게 대단한 일을 한 거 같았죠. 그래서 애니메이션 일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다예 작업 중 가장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면요.
애니메이션은 여러 사람이 같이하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과정에서 서로 의논하다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딱 떠올라서 너무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어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같이 상상한 것을 공유하고 그런 과정들이 굉장히 즐겁죠.

태균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까지 힘든 부분도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많고 다양한 파트‧직업이 있는데 그것들을 다 섭렵하고 오케스트라처럼 사람들을 지휘해줘야 하거든요. 기술적인 것들을 많이 쌓아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어렸을 때는 그런 기술적인 것들을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사회 생활하면서 배워도 10년 정도면 충분히 다 익힐 수 있거든요. 제가 감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지?’, ‘어떤 표현을 하고 싶지?’ 이런 무엇을 하고 싶다는 재료들을 굉장히 많이 쌓아뒀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재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감독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경험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는 게 좋습니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품고 이런 상상 속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노력하세요. 그러다 보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거 같아요.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게 뭐냐면 관찰하고 흉내를 내는 거예요. 보고 표현을 하는 거죠. 그림 그리는 것과 비슷한데 사물이나 사람 움직임을 관찰하고 흉내를 내보세요. 그런 요소들이 몸에 많이 쌓이면 애니메이션을 할 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제로’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처럼 장난감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다예 영화 개봉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평범한 시민이 히어로가 되는 내용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의료진분들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잖아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히어로가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히어로라는 걸 담고 싶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가 풀려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이다예(서울 리라초 4) 학생모델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공간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컴퓨터가 굉장히 많았고, 캐릭터들이 컴퓨터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했죠. 딸이 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를 볼 때 불괴물을 주의 깊게 봐야겠어요.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죠. 영화 포스터에 제 이름을 쓰고 사인도 해주셨는데 너무 기뻤어요. 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해 여러 가지를 소개해 주셨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는 감독이 모든 시나리오를 쓰고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 그리는 줄 알았죠. 감독님의 작업 공간도 살펴볼 수 있었고, 인터뷰하며 영화 뒷이야기와 애니메이션 감독의 역할까지 다양한 얘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다예(서울 리라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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