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백일상부터 회갑상까지 빠지지 않는 떡 그 쫄깃한 이야기

2021.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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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상부터 회갑상까지 빠지지 않는 떡 그 쫄깃한 이야기

(왼쪽부터) 김희연 떡 박물관 부관장이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윤현지(서울 잠신초 5) 학생모델·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한채연(경기도 불곡중 1) 학생기자와 함께 떡의 역사를 알아보고, 꽃산병도 만들어봤다.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소중 친구들 집에 보면 여러분의 성장을 기록한 사진 앨범이 있을 거예요. 앨범을 넘기다 보면 출생 100일을 기념한 백일상, 생후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상 앞에 앉은 여러분의 모습, 부모님이나 친척 결혼식, 제사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자리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떡인데요. 또 이사를 하거나 집안에 큰 행사가 있어도 떡을 만들어 주변에 돌리면서 기쁨을 함께 나눠요. 그렇다면 우리는 떡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으며,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또한 중요한 날 상에 올라가는 떡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발전해 온 떡에 대해 알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떡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글=성선해 기자(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떡 박물관, 동행취재=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한채연(경기도 불곡중 1)·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윤현지(서울 잠신초 5) 학생모델

떡 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통과의례에 사용된 떡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떡
떡은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 물과 반죽한 뒤 쪄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말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은 서울 종로구 떡 박물관(관장 윤숙자)은 떡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사립 박물관으로 3000여 점의 소장품을 통해 떡 중심의 한국 식문화를 소개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나요?"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김희연 부관장은 "정확히 문헌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졌을 거라는 추론이 지배적"이라고 답했어요. 함경북도 나진시 초도리에 있는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나진초도패총 및 삼국시대 고분군에서 떡을 만드는 시루가 출토됐죠. 또한 『삼국사기(三國史記)』〈신라본기〉에는 삼국시대 신라의 제2대 왕인 남해차차웅이 사망한 뒤 태자 유리가 탈해에게 왕위를 양보하려 하였으나, 떡을 깨물어 나타나는 잇자국으로 치아의 숫자를 헤아려 신라 3대 왕 유리이사금으로 즉위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왼쪽부터 시계바퀴 방향으로) 홍섬 학생기자, 윤현지 학생모델, 한채연 학생기자, 박성진 학생기자가 떡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떡이 조선시대에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한채연 학생기자가 물었습니다. "오늘날처럼 떡이 혼례·제례·연회 등 각종 행사에 필수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건 조선시대부터예요.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는 사회였기에 혼례·빈례·제례·상례 등 각종 의례, 대·소 연회, 다양한 민간 세시행사가 관습으로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떡도 더욱 발달한 거죠. 사실 우리 민족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떡을 다양하게 즐겨 먹었다고 추정해요. 하지만 관련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조선시대 이전의 떡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자세히 알 수는 없어요."

통과의례와 떡

아이의 탄생 1주년을 축하하는 돌상에는 떡과 함께 책·붓·먹·벼루·활·도장·쌀 등이 올라간다.

여러분은 통과의례(通過儀禮)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인간이 평생 탄생·성장·결혼·사망 등의 중요한 때에 겪는 관습적 의식을 말해요. 이 통과의례에도 떡은 빠지지 않아요. 떡을 알면 우리나라 전통 풍습과 문화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는 이유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종 통과의례를 상징하는 떡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김 부관장과 함께 상설전시실로 향했어요.

잔치상 등 경사스러운 자리에 주로 차려졌던 오색 송편. [떡 박물관 제공]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이들을 맞이한 건 자식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차리는 백일상에 오르는 떡이에요. 흰쌀밥·미역국과 더불어 백설기·수수팥경단·오색송편 등이 올라가요. 하얀 백설기에는 아이가 순수하고 깨끗하게 백일까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어요. 또 붉은색의 수수팥경단은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입니다. 오색송편은 만물의 조화를 상징해요. "백일떡은 많은 사람이 아이의 앞날을 축복해 주길 바라며 큰 잔치를 열어 친척,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줬어요."(김) 백일상 옆에는 아기가 태어난 지 만 1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돌상 차림도 있었어요. 돌상에는 백설기·수수팥경단은 물론 먹을 복을 상징하는 송편과 아이가 오색찬란한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의미의 무지개떡(오색떡)이 올랐죠.

국수장국, 오색경단, 오색송편, 녹두편이 올라간 책례용 상차림.

"저희 어머니는 제가 태어난 해부터 열 살 때까지 생일 때마다 백설기·시루떡을 만들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드렸다고 해요. 이것도 보편적으로 이어지는 전통인가요?" 돌상과 백일상을 찬찬히 살피던 윤현지 학생모델이 생일떡에 관해 물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열 살이 될 때까지 무탈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돌리는 떡이죠. 선생님은 꼭 이어졌으면 하는 전통이에요. 액막이용으로 시루떡 외에 수수경단을 만들기도 합니다."

남자아이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 상차림. 밤초·대추초·곶감·육포 등을 올리고, 떡을 곁들이기도 했다.

책거리상(책례)에도 떡은 빠지지 않았죠.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이 책 한 권을 다 뗐을 때 간단한 음식과 술을 훈장님에게 대접하는 의례인데요. 오색경단·오색송편·녹두편 등을 국수장국과 함께 상에 올렸어요. 모두 아이의 학문 정진과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음식이죠. 학문에 정진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규범을 익힌 아이는 15∼20세쯤 성년례를 치릅니다. 남자의 경우 상투를 트는 관례(冠禮), 여자의 경우 쪽을 찌어 올리고 비녀를 꽂는 계례(筓禮)라고 해요. "요즘으로 치면 성년의 날이네요. 이런 날은 주로 어떤 떡을 만들었나요?" "이때는 떡보다는 약과나 다식, 정과 등 한과를 주로 만들어 먹었어요. 또 술을 대접하는 주안상을 차려 어른이 됨을 알렸죠."(김)

떡 박물관에 전시된 혼례에 사용하는 함의 모형과 봉치떡(봉채떡) 사진.
혼례 전 함이 들어올 때 시루째 상에 올려놓는 봉치떡(봉채떡) [떡 박물관 제공]

성년례를 통과한 아이는 짝을 만나 혼례를 치르면서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게 되죠. 혼례를 대표하는 떡은 봉치떡(봉채떡)이에요. 혼례 전 함이 들어올 때 시루째 상에 올려놓는 붉은팥 찰시루떡을 말해요. 면포를 깐 시루에 팥고물을 얹고 그 위에 찹쌀가루를 올려서 안친 후 맨 위에 대추·밤을 동그랗게 얹어 찐 겁니다. 전시실에는 붉은 천으로 감싼 함과 시루에 안친 봉치떡 사진이 있었죠. "찹쌀가루를 쓰는 것은 부부의 금실이 찰떡처럼 평생을 화목하게 잘 합쳐지라는 뜻이에요. 떡 위의 대추는 자손의 번성을 의미하죠. 봉치떡은 경사스러운 날 만들지만 절대 집 밖으로 돌리지 않았어요. 복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날카로운 칼로 자르지도 않았죠. 둥근 접시나 주발(뚜껑)로 둥글게 잘라서 신부에게 먼저 먹였어요. 모나게 살지 말라는 의미랍니다."(김) 그렇게나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니. 우리 조상들의 세심함은 정말 남다르네요. 봉치떡과 함 상자를 바라보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빛이 사뭇 진지합니다.

(왼쪽부터) 회갑 잔치 등 경사스러운 자리를 기념했던 절편과 인절미. [떡 박물관 제공]


자식을 시집·장가 보낸 부모는 어느덧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되돌아오는, 61번째 생일인 회갑을 맞이합니다. 전시실에 진열된 회갑상에는 술과 과일, 각종 산해진미 옆에 다양한 종류의 떡도 있었죠. "요즘은 백살까지 산다고 해서 백세시대라고 하죠. 하지만 옛날에는 61세까지만 살아도 큰 경사로 여겼기에, 자녀들은 부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친지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죠. 이걸 회갑례라고 합니다. 회갑례 하객에게는 잔치상에 오르는 고급 떡인 각색편, 떡살로 눌러 만든 절편, 떡메로 친 찹쌀에 고물을 묻힌 인절미 등을 함께 대접했어요."(김)

고사 등 액운을 막는 통과의례상에 오르는 팥 고물 시루떡. 붉은색이 귀신 등 부정한 것을 쫓는다는 의미다. [떡 박물관 제공]

조상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집안 어른들이 기일(忌日·해마다 돌아오는 제삿날)이 되면 병풍 앞에 여러 가지 음식을 놓아두고 절을 올리기도 하죠. 이를 제례(祭禮·제사를 지내는 의례)라고 합니다. "제사상이나 고사상에 올리는 떡과 잔칫상에 올리는 떡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부분의 제사상은 음식을 넓적하고 편편하게 많이 쌓죠. 그래서 제례에는 녹두편·절편 등 네모나고 긴 형태의 떡인 편(片)을 주로 사용해요. 또 액을 막는 고사의 경우 붉은색의 팥고물 시루떡을 쓰죠. 반면 잔칫상은 우리가 만들어볼 꽃산병처럼 주로 오색찬란하고 예쁜 색의 떡을 올려요."(김) 어때요. 백일부터 돌·책거리·회갑례·제례까지 살펴보니 떡이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란 사실이 체감되지 않나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맷돌, 시루, 절구와 절굿공이, 번철. [떡 박물관 제공]

통과의례 차림상 전시실 뒤에는 떡을 만드는 전통 도구들도 진열돼 있었어요. 떡의 반죽은 주로 쌀가루로 만드는데요. 그러려면 우선 벼의 껍질을 벗겨서 쌀알을 모아야죠. 크기가 같은 통나무 두 짝으로 만든 매통이 바로 그 역할을 해요. 위짝과 아래짝이 맞물리는 톱니처럼 되어 있어 손잡이를 돌리면 벼의 껍질이 벗겨져요. 절구와 절굿공이는 곡식을 찧거나 빻는 데 사용했죠. "이건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맷돌이에요.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죠? 그 어이가 바로 맷돌의 손잡이를 뜻한답니다."(김) 맷돌에 갈린 곡식의 가루는 체로 걸러 불순물을 걸러내요.

인절미·절편 등 치는 떡을 만들 때 사용하는 떡메와 떡판. [떡 박물관 제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찐 떡인 증편, 친 떡에 해당하는 인절미, 지진 떡인 찰수수부꾸미, 삶은 떡에 해당하는 밤단자. [떡 박물관 제공]

곡식 알갱이에서 고운 가루가 된 재료로는 여러 가지 떡을 만들 수 있는데요. 조리 방법에 따라 찐 떡, 친 떡, 지진 떡, 삶은 떡으로 나뉘죠. 송편·증편 등 찐 떡은 곡물가루를 시루에 찐 것이고, 인절미·절편 등 친 떡은 시루에 쪄서 익힌 다음 절구나 떡판에 쳐서 조직을 치밀하게 만든 것이에요. 화전·부꾸미 등 지진 떡은 곡물가루를 반죽해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진 것이며, 각종 경단·단자류에 해당하는 삶은 떡은 끓는 물에 삶은 후 고물을 묻힌 것이죠. 떡메와 떡판을 본 유현지 학생모델이 "학교 체험학습 때 떡메로 찹쌀 반죽을 쳐서 콩가루를 묻힌 뒤 인절미를 만든 적 있어요"라며 반가움을 표현했죠. "맞아요. 많은 사람에게 '떡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떡판(안반)에 반죽을 놓고 떡메로 '쿵덕쿵덕' 치는 걸 생각해요. 사실 우리나라 떡은 시루로 찌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김)

(왼쪽부터) 국화·동심원·태극·별 모양 떡살. [떡 박물관 제공]


이렇게 여러 조리법으로 만든 떡은 반죽을 눌러 갖가지 무늬를 찍어 내는 떡살로 모양을 내기도 해요. 한국의 떡살 무늬는 격자·꽃·동물 등 종류가 다양하고 무늬별로 의미도 있죠. 태극 문양은 음양의 조화와 풍요·다산, 국화 문양은 장수, 별 문양은 부귀·건강, 격자무늬는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에요. 음식을 만들고 장식하는 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 조상님들의 세심한 뜻이 떡살에도 담겼죠.

직접 만들어보는 꽃산병

꽃산병에 대해 설명하는 김희연 떡 박물관 부관장.


떡 박물관에서는 절편·설기떡·보리영양증편부터 떡 케이크까지 다양한 떡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꽃처럼 예쁘게 만들어서 쌓아 올리는 꽃산병에 도전했죠. 충청도 지방의 향토 떡으로, 편을 장식하는 떡(웃기떡)으로 많이 사용돼요. "우리나라의 기본색인 오방색을 응용해 다섯 가지 색깔의 꽃산병을 만들 거예요. 파란색은 쑥, 검은색은 코코아 가루, 분홍색은 딸기가루, 노란색은 치자가루나 단호박 가루를 반죽에 섞어 색을 냈죠."(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현지 학생모델, 한채연·홍섬·박성진 학생기자가 꽃산병을 만들고 있다.


먼저 떡 반죽이 들러붙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솔로 떡살과 그릇에 기름을 발라줍니다. "기름을 너무 많이 묻히면 기름떡이 되니 조금씩만 발라주세요." 따뜻한 통에서 반죽을 조금씩 꺼내 나눠주던 김 부관장이 말했어요. 꽃산병은 멥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밀고, 중앙에 팥고물을 넣어 동그랗게 모양을 내 떡살로 누르는 떡인데요. 반죽이 굳기 전에 모양을 잡아주는 게 중요해요. 손바닥 위에 반죽을 올린 소중 학생기자단이 진지하게 타이밍을 쟀죠.

동글동글하게 만든 반죽은 엄지로 살짝 위치를 잡아 깊은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요. 그 안에 팥을 설탕에 졸인 소를 넣죠. "소를 넣은 반죽은 엄지와 검지로 한번 꼬집어주세요.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 한 번 더 모아서 집은 뒤 손으로 동글동글하게 다시 빚어주세요." 조용히 김 부관장의 설명을 듣던 한채연 학생기자는 어느새 모든 반죽을 예쁘게 빚었네요. 윤현지 학생모델도 질세라 하나하나 정성스레 모양을 냈죠. 마지막 단계는 소를 넣고 붙인 쪽을 아래로 두고 반죽을 떡살로 누르는 겁니다. "원하는 문양의 떡살을 집고, 가운데를 잘 맞춰서 양쪽을 꾹 눌러준 다음 떼세요." 각자 앞에 놓인 네 개의 접시에 완성된 꽃산병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홍섬 학생기자·윤현지 학생모델·박성진·한채연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직접 만들어서 완성한 꽃산병.


기본 모양 만들기가 익숙해졌으면 이제 응용해볼 차례예요. "원하는 색의 반죽을 선택하고 그 위에 다른 색깔의 반죽을 조금만 떼어 붙여주세요. 그걸 떡살로 찍으면 무늬가 있는 꽃산병이 되겠죠?" 김 부관장의 말에 따라 반죽을 만든 뒤 떡살로 지그시 눌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평소 떡은 만들어본 적 없지만 피자는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홍섬 학생기자. 하지만 너무 힘을 준 탓일까요. 떡 반죽이 자꾸 떡살 밖으로 삐져나오네요. "너 정말 잘 만들었다!" 홍섬 학생기자가 옆에 앉은 박성진 학생기자의 접시를 보고 부럽다는 듯이 말했어요. "몇 번 하니까 어렵지는 않네."(성진) 생전 처음 해본 도전이지만 결과물은 꽤 그럴듯하네요. 떡에서 솔솔 풍기는 고소한 향기를 맡자 "빨리 먹고 싶어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그 맛은 멥쌀가루 반죽의 쫀득함과 설탕으로 졸인 팥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이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만든 꽃산병을 맛보며 김 부관장과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을 다채롭고 아름다운 떡의 세계로 안내한 김희연 떡 박물관 부관장.


윤현지: 떡은 주로 쌀로 만든다고 알고 있어요. 쌀이 아닌 다른 재료로도 만들 수 있나요.

보리·조·수수가루 등을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기본 재료는 물론 쌀가루죠. 우리나라 전통 떡 중에 밀가루로 만드는 떡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상화병이에요. 고려 때 원나라에서 전해진 떡이죠. 밀가루를 막걸리에 발효한 후 쪄서 만드는데 찐빵처럼 생겼어요.

한채연: 지역이나 나라마다 떡의 재료와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역마다 나는 산물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강원도에는 감자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감자로 송편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전라도나 경남은 모싯잎 산지라서 모싯잎 송편을 만들죠.

홍섬: 요즘 떡은 전통음식에 머물지 않고 디저트로도 사랑받고 있어요. 떡이 가진 매력을 꼽아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홍섬: 쫄깃하고 달콤하고 맛있어요!) 맞아요. 그게 이유예요. 또 떡에는 쌀가루 외에 많은 부산물이 들어가요. 호박편에는 호박고물, 영양찰떡에는 쑥·호박고지·견과류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죠. 이런 재료들이 떡의 주재료인 곡물가루와 더해져 영양을 보충해요. 그런 부분도 매력이 될 수 있겠죠.

박성진: 떡은 한복처럼 전통성을 지닌 문화유산이지만 요즘에는 팥소 대신 생크림을 넣는 퓨전 떡도 등장했어요. 떡 전문가로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나쁜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음식에 현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개발하면 식문화도 이어지니까요. 퓨전 떡은 서양과 우리의 문물을 잘 조화해 현대화한 경우죠. 그게 우리의 입맛에 잘 맞는다면 조리법이 후대에도 전해지고, 우리 식문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몇백 년 후에 우리나라의 떡 종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겠죠.

홍섬: 떡 케이크처럼 현대인의 입맛에 변화한 떡이 또 있나요.

요즘에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떡꼬치처럼 다양한 음식에 떡을 활용해요. 조랭이떡으로 그라탱·스파게티를 만들기도 하죠. 떡 박물관을 운영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는 백설기에 팥을 올린 다음 다시 백설기로 눌러 만든 떡 샌드위치, 피자빵을 떡으로 대체한 단호박 새우 떡 피자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박성진: 저는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둘의 음식 궁합이 맞는 걸까요.

꿀뿐 아니라 조청을 찍어 먹는 경우도 있어요. 꿀과 가래떡이 특별히 궁합이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래떡은 어떤 것도 가미하지 않은 떡 그대로의 맛이에요. 여기에 꿀의 단맛을 가미하면 식감이 더 좋아지겠죠.

한채연: 요즘 사람들은 간식으로 떡보다 패스트푸드나 빵·과자 등 서양식 음식을 많이 찾아요. 떡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산업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게 바로 선생님처럼 떡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숙제예요. 떡은 빵보다 빨리 굳고, 쉽게 상해요. 이런 떡의 단점들을 빨리 보완해야 산업화가 가능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는 레토르트 떡이라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떡도 개발했죠.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떡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떡과 관련된 속담

「 떡은 오래전부터 우리 식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떡과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도 많답니다.

떡에 밥주걱: 떡 시루 앞에서 밥주걱을 들고 덤빈다는 의미로, 경황없이 구는 사람을 뜻해요.
떡 해 먹을 세상: 떡을 해서 액막이용 고사를 지내야 할 만큼 뒤숭숭하고 궂은 일만 있는 세상을 말해요.
떡도 떡 같지 않은 옥수수떡이 배 속을 괴롭힌다: 하찮은 것이 말썽을 부린다는 뜻입니다.
떡 본 김에 굿한다: 우연히 운 좋은 기회에 하려던 일을 해치운다는 의미예요.
누워서 떡을 먹으면 팥고물에 눈에 들어간다: 자기 몸 편할 도리만 차려서 일하면 도리어 나쁜 일이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떡

「 떡은 각양각색의 모양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해요. 그중 독특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름의 떡을 모았습니다.
개떡: 쌀가루나 보릿가루에 어린 쑥을 넣은 반죽을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찐 떡이에요. 울퉁불퉁한 모양과 우중충한 색깔 때문에 다른 떡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 개떡이라고 불러요.
솔방울떡: 멥쌀가루 반죽에 치자물·오미자물·쑥물 등으로 여러 가지 색을 곱게 물들인 뒤 대추·잣·깨로 만든 소를 넣고 솔방울 모양으로 문양을 넣어 쪄낸 떡이에요.
닭알떡: 떡의 모양이 달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찹쌀과 멥쌀을 섞은 반죽 한가운데에 소를 넣고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뒤 다시 녹두고물을 입혀 만들죠.
오그랑떡: 멥쌀가루를 반죽해 경단을 빚어 팥과 함께 부드럽게 삶아낸 떡이에요. 삶을 때 그 모양이 동그랗게 오그라드는 모양을 본떠 오그랑떡이라고 불러요.
노비송편: 시루 안에 솔잎을 깔고 반죽을 쪄서 찐 콩으로 소를 채워 넣고 겉에 참기름을 바른 송편이에요. 노비들에게 주기 위해 2월 초하루 중화절(中和節)에 만들어 노비송편이라 해요.

■ 세시 풍속과 떡

「 우리 조상들은 통과의례 외에도 절기나 계절에 의미를 부여해 떡을 만들어 먹었어요. 일 년 열두 달을 대표하는 떡을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비송편, 진달래 화전, 느티떡, 오려송편, 국화전, 수취리떡. [떡 박물관 제공]
(왼쪽부터) 조랭이 떡국, 새알심 팥죽, 떡수단. [떡 박물관 제공]
세시풍속과 떡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에 간식으로 떡을 자주 먹었는데요. 좋아하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통과의례)에 항상 떡이 있었지만 막상 ‘왜 떡이 중요한 일의 중심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떡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죠. 조선시대 이전 떡에 대한 기록은 자세하지 않아 아쉬웠어요. 요즘에 퓨전 떡이 등장하면서 떡이 상업화가 되고 있는데 더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의미가 담긴 떡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채연(경기도 불곡중 1) 학생기자

떡을 만들어보고 떡의 종류, 떡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의 전통 떡이 굉장히 창의적인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양의 티 푸드에 뒤지지 않는 떡과 차가 어우러진 전통 후식 문화에 관심과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우리 떡 최고예요!
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 학생기자

송편이나 떡국,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꿀떡 말고는 떡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부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떡을 둘러볼 수 있어 좋았어요. 우리 조상님들은 계절에 따라, 관혼상제 같은 큰 행사나 잔치가 있으면 꼭 그에 맞는 떡을 만들어 먹었을 만큼 떡에 담은 의미도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요. 또 예쁜 색으로 물들인 반죽을 틀에 찍어 꽃산병을 만들어 봤는데요, 동글동글 알록달록한 게 마카롱보다 훨씬 예쁘고 맛도 훌륭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여러분은 떡을 좋아하나요? 저는 떡을 무척 좋아해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 모양까지 예뻐 눈을 즐겁게 하죠. 이번 취재로 떡 전문가님께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떡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떡 모형들과 조선시대 떡을 만들 때 사용했던 다양한 도구들을 봤죠. 또, 꽃산병·봉치떡 등 제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여러 떡의 이름도 알 수 있었죠. 무엇보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우리 조상님들이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화전을 해 드셨다는 것이었어요. 눈도 호강 입도 호강이었겠죠. 박물관 관람 후엔 직접 떡을 만들었어요. 제가 만들어서 그런지 모양도 예쁘고, 엄청 꿀맛이더라고요. 떡에 대해 새로운 지식도 쌓고, 떡의 역사를 자세히 알아본 유익한 취재였습니다.
윤현지(서울 잠신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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