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말 공공기관장 인사 '낙하산 알박기' 안 된다

입력 2021. 1. 18. 00:05 수정 2021. 1. 1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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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곳 중 197곳 올해 안 교체 예정
전문성 무시한 보은 인사 근절해야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97곳(57.9%)의 기관장이 교체될 예정이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이 중 변창흠 전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옮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곳의 기관장은 공석이다. 강원랜드 등 22곳은 임기가 끝나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외 163곳은 올해 안에 기관장의 임기가 도래한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8년 임명됐던 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를 앞뒀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치러진다. 실질적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장의 절반 이상이 대대적으로 물갈이되는 셈이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늘 정권을 비판하는 단골 메뉴였다. 취지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의 경영을 망가뜨린다”였다. 기관 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캠프나 당에서 활동하며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는 이유만으로 논공행상식 인사를 한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식적으로 대선 공약에 넣었다. 하지만 이 정부 역시 이전 정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3분의 1에 이르는 108곳의 기관장이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였다. 감사 등으로 확대하면 공공기관 임원 466명이 캠코더 출신으로 채워졌다

대통령 임기가 5년, 공공기관장 임기가 3년인 만큼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선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으니 새 공공기관장 인사를 모두 다음 정권에 맡기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까지 보은 인사로 이뤄져선 안 된다.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기관장들이 기관 본연의 업무는 제쳐두고 자신의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는 데만 주력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이나 효율성을 제고하기는커녕 노동조합과 적당히 타협하며 공공기관을 더욱 방만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은 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됐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공모 절차에 들어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에는 김춘진 전 민주당 의원과 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유병만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지원했다. 김낙순 전 의원이 맡았던 한국마사회 후임 회장에는 김우남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임기 초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이란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했던 문 대통령은 임기 말에라도 그 약속을 실천하기 바란다. 기관장에 정치권 출신 인사를 앉히더라도 최소한의 전문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게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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