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내가 진짜 '나'로 산다는 건

박정선 2021. 1.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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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 '기괴하고 형식 없는 글'이란 혹평 속에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가 된 그는 끝내 제 길을 28세에 폐병으로 작고했다.

세 사람의 모습은 저마다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와 함께 식민지 사회의 암울한 시대상,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염원과 희망을 각각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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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2월 21일까지 공연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 토대로 만들어져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 ‘기괴하고 형식 없는 글’이란 혹평 속에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가 된 그는 끝내 제 길을 28세에 폐병으로 작고했다. 뮤지컬 ‘스모크’는 그런 이상의 생이 타버린 흔적을 담는다.


'스모크'는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烏瞰圖)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 순수하고 바다를 꿈꾸는 ‘해’, 이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 세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세 사람의 모습은 저마다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와 함께 식민지 사회의 암울한 시대상,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염원과 희망을 각각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이들은 모두 이상처럼 피어나 흩어질 연기와도 같다.


초와 해는 그토록 갈망하던 ‘바다’로 떠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려 미쓰코시 백화점 딸로 추정되는 홍을 납치한다. 초가 자릴 비운 사이, 해는 홍에게 빠져들고 뒤이어 돌아온 초를 통해 세 사람의 복잡한 관계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극은 세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내면서 결말로 향한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결론적으로 등장인물 세 명은 모두 ‘이상’의 자아의식을 담고 있다. 자신의 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란 시를 통해 그의 고뇌가 표현된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살고자 발버둥 쳤음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진짜 ‘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칫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세 사람의 관계와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무대구성이 뒷받침되면서 이해를 돕는다. 반구 형태의 불투명한 막으로 세워진 이 공간에서는 세 인물의 감정이 조명과 이상의 작품 글귀를 적어낸 영상, 레이저빔으로 표현된 거울 등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나무판을 겹겹이 이어 만든 듯한 무대 벽면은 이상의 복잡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무대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 속도감과 함께 음악도 인상적이다. ‘오감도’ ‘날개’ ‘거울’ 등 이상의 시로 채워진 노래들은 이상의 잠재의식들을 통해 전달되면서 한 치도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한다.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극의 색채와 맞게 넘버도 마이너 풍의 곡들로 구성돼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예민하고 날카로운, 심지어 괴기스럽기까지 한 이상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시를 쓰는 남자 초 역은 김재범·에녹·김경수·임병근·장지후가, 그림을 그리는 소년 해 역은 강찬·최민우·김태오·강은일이, 홍 역은 장은아·이정화·허혜진이 무대에 오른다. 2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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