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재난소득 발표 취소한 이재명..당내 "또 주도권 뺏길라"

김준영 2021. 1.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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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로 예정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자회견’을 전날(17일) 오후 긴급 취소했다. 이 지사는 당초 기자회견에서 도민 1인당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설 연휴 전인 2월 초 지급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런 이 지사의 계획에 대해선 민주당에선 “당이 있어야 본인이 대선후보로 있는 거지, 당이 없으면 뭐가 있겠냐”(수도권 중진의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던 차였다. 하지만 경기도가 스스로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이 지사와 당정 사이에 보이던 갈등 양상도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경기지사. [중앙포토]


경기도 관계자는 1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11시로 예정됨에 따라, 비슷한 시간에 기자회견을 갖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취소 사유를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와 이 지사 간 물밑 조율이 있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가 지난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아서 공식입장을 정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서다.

당 지도부도 마침 18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회의와 고위전략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 공개 요청을 당에서 받아들여 내일 논의를 정리해 발표하기로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친 설전 끝 잠시 ‘숨 고르기’

직전까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이 지사와 당·정은 거친 설전을 벌여왔다. 이달 초 이 지사가 여야 국회의원 300명과 기획재정부에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실행해 달라”(4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등 보편복지 드라이브를 걸면서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10일)라고 맞섰고, 이 지사는 “재정 여력이 없다는 건 엄살에 불과하다. 게으른 것 아니냐”(12일)고 재반박했다.

지난 13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날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기본소득 방침을 비판했다. 뉴스1

이후 이 지사가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가시화하자, 민주당에서도 공개 반발이 터졌다. “방역 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13일 김종민 최고위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한다”(14일 김두관 의원) 등 이 지사가 독자 행동을 한다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갈등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18일 최고위원회의 결과가 다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7일 통화에서 “정부의 2·3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지급으로 했다. 이번엔 코로나19로 고생한 전 국민을 위로한다는 차원에서 보편 지급으로 의견을 모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최고위원은 “우린 집권당으로서 정부 재정 건전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보편복지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1년 전 되풀이? 당 일각 “또 밀릴 거냐”

일각에선 이번 갈등을 지난해 3월 정부가 처음으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때와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이재명 지사가 전(全) 주민 지원(보편복지)이 골자인 ‘제1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먼저 집행했고, 이에 따라 당초 하위 50~70% 선별 지급을 추진하던 당·정은 최종적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만약 최고위가 이 지사 구상에 반대하고 나서면, 이 지사는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나설 것”이라며 “1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4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경기도]


당내에선 “이재명 지사에게 또 의제 주도권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지난해 재난지원금 논의 때도 지급 방식·시기·규모 등 당·정이 치열하게 논의할 때, 이 지사는 ‘선별복지 대 보편복지’라는 전선을 긋고 논의를 단순화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원 팀으로 가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 개인 철학을 추진하는 게 그렇게 비판받을 일인가. 최고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지사의 기본소득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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