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신진호 "톨게이트를 지나 포항으로 오는데, 마음이 뻥 뚫리더라고요"

김정용 기자 입력 2021. 1. 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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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포항스틸러스).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신진호는 울산현대 시절 친정팀 포항스틸러스를 도발했고, 포항으로 돌아온 지금은 "이제 울산 염려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소속팀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신진호 식의 직장생활이다. 김기동 감독은 "새로운 팀에 갔는데 포항만 짝사랑하면 안 되죠. 포항 상대로 골 세리머니 한 건 옳았다고 봐요"라고 정리했다.


어느 팀에서든 최선을 다한다 해서 포항이 '어느 팀'인 건 아니다. 김 감독은 신진호가 계약조건을 꽤 양보해가면서 포항에 돌아온 거라고 말했다. 신진호는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16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전지훈련 숙소 앞에서 신진호를 만났다.


- 별명이 생겼던데요. 신멜스.


들어 봤어요. 하아, 팬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시각을 늘 받아들여야죠. 제가 울산과 포항 두 팀의 감정의 한가운데에 있는 선수다 보니 울산에 있을 때는 울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어요. 포항에 온 지금은 친정팀이니 어느 때보다 애정이 가는 게 사실이죠.


* 보루시아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뮌헨 사이를 오가며 이적한 독일 대표 마츠 훔멜스에 빗댄 별명이다


- 특히나 울산 주장으로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트로피를 '제라드 급'으로 맛깔나게 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적했으니 더 극적이었죠.. 그 트로피 들 때 사실은 이적 가능성이 있었나요?


그때까지는 울산을 떠날 줄 몰랐어요. 몇 팀에서 오퍼는 온 상황이었지만 떠날 줄 몰랐죠. 김도훈 감독님이 떠나시고 새 감독님이 내정되시면서 팀이 변하려 하는 걸 느꼈고, 변화 속에서 내가 울산에 남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죠. 많은 선택지 중 가장 저를 원하고 진정성을 보인 팀이 포항이죠. 그 팀이 포항이라 결정이 쉬웠어요.


- 울산 질문은 하나만 더 할게요. 울산도 포항 못지않게 큰 폭으로 바뀌고 있는데 남아 있는 선수들 걱정이 되나요?


울산은 큰 팀이죠.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다 좋은 선수들이라 전혀 염려 안 해요. 뭐, 이젠 울산 염려해 줄 필요도 없고.


- 늘 자기 위치에 맞게 말한다는 점에서는 프로시네요.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에 포항의 정재용, 울산의 신진호가 각각 '배신자' 역할을 부여받을 때도 그 역할에 충실한 말을 하신 거고요?


그렇긴 한데 팬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안 좋으셨을 수도 있죠.


- 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뒤 포항 복귀를 결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감독의 유혹이 있었나요?


감독님이 은퇴하시기 직전, 딱 1년 동안 선수 생활을 같이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 스타일도 알고, 포항에서 어떤 역할을 해 오셨는지 직접 봤어요. 제게 포항으로 오라고 하셨을 때 어떤 역할을 맡을지 잘 알 수 있었어요.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고,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이번 이적은 조건보다도 진정성이랄까? 포항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 '슬램덩크'를 보면 '강백호는 끈기, 송태섭은 감성, 정대만은 지성'을 팀에 더해줬다는 대목이 있는데요. 신진호가 포항에 더해줄 수 있는 건 뭘까요?


에너지. 이제 어린 나이는 아니죠. 돌아오니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제 스타일은 말보다도 운동장에서 몸으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직 선수들과 부딪쳐가며 훈련을 많이 못 했는데, 포항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예전에 있던 시절에 비하면 아직입니다. 경합할 때 더 강해지려면 다들 경쟁심리를 높여야 해요.


- 포항에서 새로 만나는 선수 중 기대되는 파트너가 있나요?


함께 합류한 선수들 위주로 말해 볼게요. 신광훈과 임상협은 같은 팀에서 발을 많이 맞춰봤고 두 선수의 장점을 잘 알아요. 임상협 선수가 부산, 수원, 제주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저와 함께 상무에 있을 때 컨디션이 좋았어요. 그때는 언제든지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였죠. 그때 선수들끼리 별명이 임자기였어요. 임상협+인차기. 골 냄새를 기막히게 맡았거든요. 올해 저도 농반진반으로 '공격 포인트 열다섯 개만 하자'라고 이야기했는데, 포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해요.


- 사실 임상협 선수가 최근 2년 동안은 노력에 비해서 공격 포인트가 유독 안 나왔는데요.


그랬죠. 그런데 가장 최근에 열린 ACL에서 냄새를 좀 맡더라고요(지난해 K리그1 무득점, ACL 2골). 그때 수원과 울산이 같은 호텔을 써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군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군 시절이 그리 좋지 않았죠. 그때 스포츠 탈장을 겪으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져 고생했어요. 그런데 작년에는 강팀 울산의 붙박이 주전으로 뛸 만큼 회복된 것 같았어요. 신체능력 하락을 경험으로 극복한 건가요, 아니면 몸이 올라온 건가요?


몸이 올라온 거예요. 스포츠 헤르니아(탈장)라는 게 이용 선수도 고생했고, 신광훈 선수도 겪었죠. 선수들끼리 이야기 많이 나누며 정보를 공유해보는데 이렇다 할 데이터도 없고 치료방법도 없는 부상이에요.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피곤하고 아픈데 고칠 방법을 모르니. 어떤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말라고 해요. 그래서 오랫동안 웨이트를 못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운동이 한정돼 있었고 루틴이 깨지면서 훈련의 밸런스가 안 맞았어요. 그런데 울산 가면서 도모 츠코시 피지컬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부터 몸을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 탈장 직전의 경기력이 워낙 좋아서 더 아쉬웠을 것 같아요. 입대 직전 FC서울에서 한 달 동안 보여준 모습.


그때…, 제 기억으로도 너무 좋았고 팬들도 좋아해 주셨죠. 자신감에 차 있던 시즌이었는데. 사실 부상이야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부상 이후에 제가 빨리 회복했어야 했어요. 치료법을 잘 몰랐고, 아직까지도 저뿐 아니라 여러 선수가 고생하는 부상인데, 그래도 지금은 제 나름대로 관리할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 이번 시즌 순위표 꼭대기에서 놀 자신이 있나요?


무조건 우승한다는 건 아니지만, 좋은 선수가 골고루 포진한 팀이니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산 소속으로 포항과 경기하면서 '다시 힘 있고 견고한 팀이 됐구나'라고 느꼈어요. 올해 포항을 선택한 건 충분히 강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 선수들이 용기를 갖고 경기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 김기동 축구와 잘 맞을 것 같은 이유가 있다면?


선수 시절부터, 동료 선배인 감독님은 디테일한 설명을 잘 하셨어요. 감독이란 동료 선수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에나 운동장에서나 설득력이 있는 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옛날 축구인이잖아요. 그 세대에는 강압적인 선수가 많았고, 지금 지도자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계신데, 김기동 감독님은 설득을 잘 하고 형님처럼 대해주신다는 걸 알고 있었죠.


- (한 마디를 더 자처하며)


계약하러 오는 날, 울산에 들렀다가 포항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가슴이 뻥 뚫리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무실 들어갔을 때 사장님 단장님 빼고 다 그대로 계셔서 너무 좋았고요. 진짜 집에 돌아온 그런 느낌. 지금도 포항 출신 선수들끼리 포만감('포항에서 만나 감사합니다'의 줄임말)이라는 모임도 하는데, 다들 '포항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해요. 같이 축구했던 기억이 정말 좋았고, 그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성공적으로 잘 하고 있죠. 그 기억들이 다시 포항에 돌아오는데 힘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 신진호는 과거 울산 SNS가 밝힌대로 정말 최예나(아이즈원) 양의 팬인가요? 위즈원인가요? 


좋아하는 건 맞는데 팬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 질문을 받기 직전에 본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엄청 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좋아하는 걸그룹으로 꼽았던 거예요. 그 전부터 유라(걸스데이) 씨의 팬인데, 제가 코미디언 홍현희 씨와 친분이 있어서 유라 씨가 절 응원하는 영상도 찍어서 보내주시곤 했어요. 원래 가수 팬을 해본 적도 없고 자주 신경쓰진 못하지만, 최예나 씨와 유라 씨가 잘되길 바라죠. 열성적인 아이돌 팬은, 아마 제 또래 선수 중에서는 거의 없을걸요. 그럴 나이가 지나버렸으니까.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린 선수들은 많을 것 같은데 아직 포항 후배들과 친해지는 중이라 파악이 안 되네요.

신진호(포항스틸러스). 풋볼리스트

▲ 김기동 감독이 귀띔하는 '신진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진호가 당돌한 면이 있어요. 운동 욕심이 정말 많아요. 우리 팀의 주닝요 피지컬 코치가 진호로 작품 한 번 만들려는 것 같아요. 둘이 함께 목표를 정한 것 같더라고. 예전에 완델손도, 작년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도 다 주닝요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어요. 주닝요는 비전을 스스로 세워요. 선수 사진 아래 득점, 도움, 개인수상 등을 써놓아요. 선수가 그걸 달성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요. 그래서 저는 선수들에게 '힘들어? 주닝요에게 밥이나 사. 누가 이렇게 운동 시켜주냐'라고 하죠. 이번엔 진호 차례인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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