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억→36억→86억→? 이재용 운명, 내일 뇌물액수에 달렸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0년이 지난 14일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네 번째 판단이 18일 나온다. ‘능동적 뇌물’ 인정 액수를 비롯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이 부회장의 실형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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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89억→36억→86억→?’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진행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형량을 가를 핵심 요건 중 하나는 ‘적극적 뇌물’ 액수가 얼마로 인정되는지다. 앞서 이 사건 1심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건넨 뇌물공여ㆍ횡령액수를 89억원이라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최씨 딸 정유라 씨 승마지원 관련 용역대금 36억여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삼성이 제공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말 구입비 등 50억 원은 정치권력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로 보고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시 뇌물액을 86억 원이라고 판단했고,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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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이상은 실형 5년 이상
이번에 재판부가 뇌물액을 86억 원으로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따라야 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과정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를 함께 받고 있는데 1억 이상 뇌물공여죄(양형기준 징역 2년 6월~3년 6월)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 이상 횡령죄 처벌 형량(5년 이상 징역)이 더 크다. 동일 범죄에 두 개 이상의 죄형이 경합하면 더 큰 죄를 적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횡령죄를 적용해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나올 수 있고, 그럴 경우 3년 이하 징역에서만 가능한 집행유예 선고는 힘들어진다.
특검도 “뇌물 액수가 2심에서 50억 원 추가됐으니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이상이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 범위는 징역 5년~16년 5월”이라며 “형량 범위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원조직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거친다면 실형을 피할 수도 있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으며 그러면 집행유예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이 피해를 본 금액을 본인 사재로 반환했고, '비선 실세'의 요구를 받아 뇌물을 건넨 점, 국내 경제 상황 등이 고려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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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평가받은 준법감시위도 핵심 변수
이 부회장의 형량을 가를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다. 앞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삼성에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를 공식 출범한 뒤 지난해 5월 '4세 승계 포기''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등을 선언했다. 준법감시위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전문심리위원까지 둬 검증을 해왔으며 이는 양형 판단에도 반영될 수 있다.
법조계도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는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고 보는 편이다. 재판부와 이 부회장 측에서 지정한 감시위원 2명은 재벌 감시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상태다. 반면 특검 측 감시위원은 “(준법감시위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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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처럼 재상고심까지 갈 듯
특검 측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고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며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기피 신청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다만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에 반영됐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어서 결과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사건은 재상고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재판 내내 팽팽하게 대립해온 만큼 한 쪽에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부회장보다 먼저 재상고심에서 판결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 역시 파기환송심 판결에 특검이 불복해 재상고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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